‘엄마의 말뚝’(박완서)을 읽고 (hydroj 님)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5.05.22|조회수332 목록 댓글 0

엄마의 말뚝’(박완서)을 읽고 (hydroj )

 

인물을 형상화하는데 있어서 작가 박완서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엄마의 말뚝뿐만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미망에서 나는 그것을 보았다. 어쩌면 이 책을 보게 된 것도 미망이라는 소설에서 본 인물들에 매료되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소설을 읽는 기쁨이란 결국 인물을 만나는 기쁨일 것이다. 늘 비슷비슷한 인물들을 만나다가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기쁨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흐뭇한 일인지...

이 소설집에는 엄마의 말뚝 시리즈와 꿈꾸는 인큐베이터 그 가을의 사흘 동안 그리고 꿈을 찍는 사진사와 창밖은 봄처럼 주옥같은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전집 형식을 나온 책이기 때문이 비교적 편집과 작품의 배열이 매우 좋게 되어있다. 사실 나온 지 꽤 되는 작품들이라서 고전의 냄새가 날까 걱정했는데 매우 현대적인 감각으로 쓰여진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박완서 소설의 장점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들도 많이 있었다. 꿈을 찍는 사진사와 그 가을의 사흘 동안 같은 작품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창밖은 봄과 같은 작품은 아마도 소설사에 기리 남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 박완서 씨의 필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이 소설집을 읽고 나서 나는 정말로 이 작가의 왕팬이 되었다. 정말 흐뭇한 일이다

 

[인상 깊은 구절]

여지껏 우리 집에서 일어난 크고 작음 불상사는 하나같이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집을 비우되 몸과 마음이 함께 떠났을 때 그러니까 집 걱정을 조금도 안하고 바깥 재미에 흠뻑 빠졌다가 돌아왔을 때 영락없이 집에선 어떤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애 젖을 떼고 났을 무렵이다. 애 기르는 일의 가장 어렵고 손 많이 가는 고비에서 놓여났다는 해방감에서 였는지 동창계 모임에서 느긋하게 화투판에 끼어들게 되었다. 층층시하 핑계 젖먹이 핑계로 어깨너머로 잠깐잠깐씩 구경이나 하다가 남 먼저 자리를 뜨던 화투판에 처음으로 끼어들고 보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재미도 재미려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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