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김유정)을 읽고(정예지)
김유정의 봄봄은 동백꽃과 함께 중학교, 고등학교 때 읽은 기억이 있다. 내용은 읽으면서 점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다. 김유정의 소설들은 대부분 짧은 단편소설들로 어렵게 읽지 않아도 되는 소설들이다. 오히려 옛날의 모습들을 잘 담고 있어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봄봄을 읽으면서 대화들속의 단어들이나 문장이 사투리인지 처음 접해보는 단어들이 드문드문 있어 읽는데 조금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한 문장을 이해가 안가면 다시 읽어보고 되새겨본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은 약 3년7개월 동안 점순이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와 있다. 하지만 아직 점순이가 다 크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인의 결혼 승낙이 떨어지지 않아 계속 일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점순이는 또 주인공에게 무언가 눈치를 주는 듯 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점순이의 재촉 아닌 재촉으로 인해 장인에게 조르다가 싸우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자신의 편을 들 줄 알았던 점순이는 장인의 편을 든다. 이야기의 끝은 장인이 다시 주인공을 달래면서 뭔가 훈훈하게 끝나는 듯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점순이의 재촉 아닌 재촉으로 장인에게 결혼을 시켜달라고 조르며 싸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데 주인공과 장인이 몸싸움을 하는 장면들이 나에게는 희극으로 다가왔다. 데릴사위와 장인이 몸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는 가능한 상황인가? 또한 처음에는 ‘3년 7개월 동안 데릴사위를 한 주인공이 참 순진하고 바보 같은 성격이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점순이가 넘어져 흙투성이가 된 밥을 가져왔을 때 점순이가 무안해 할까봐 돌맹이가 든 밥을 먹는 모습에서는 우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결혼을 시켜주지 않자 꾀를 부리면서 뻔뻔하게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이나 장인과 몸싸움 하는 장면에서는 ‘아 마냥 바보 같은 성격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는 좀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계속 데릴사위를 하는지’ ‘장인은 정말 주인공과 점순이를 결혼시켜줄 생각이 있는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읽는 독자로서 후에 정말 주인공이 점순이와 결혼을 하는데 성공했을지, 장인과 사이는 좋을지 등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유정의 소설은 몇 장 되지 않는 단편의 소설이었지만 인물들의 성격묘사나 상황, 관계 등이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그 사이사이에 해학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어 보는 동안 피식피식 웃을 수 있었다. 한 달 동안의 독서량이 10권이 될까? 하는 요즘 현대에 우리 문학을 읽을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우리 문학을 일부러 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김유정의 소설인 봄봄과 동백꽃을 읽어보면서 짧은 단편 속에도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짧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 처한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소설가 김유정의 표현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김유정의 소설들 중 봄봄이나 동백꽃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소설들도 읽어본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