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射手)(전광용) 줄거리
나는 병원에서 눈을 뜨며 과거를 회상한다. B와 나는 한 학급의 급우로 막역한 친구였다. 그런데 나와 B는 모두 경희를 좋아하게 된다. 졸업반으로 진급하던 봄의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왔던 B는 내 책갈피에 끼어 있는 경희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B에게 경희와의 약혼의 뜻을 솔직히 말하고 B의 양보를 기대하나, 그는 의외였다. 결국 나와 B는 공기총 싸움을 하는데, 나는 그 싸움에 지게 되고 내 귓불에는 공기총 탄환의 자국이 남는다.
6.25전쟁으로 인해 모두 흩어지게 되고 나는 새로 전속되어 온 부대에서 B를 만나게 된다. 나는 함성을 지르며 B의 손을 덥석 잡고 반가워했으나, B가 외출해서 돌아올 때 B의 옆에 그의 아내가 된 경희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B는 모반 혐의로 구속되었고, 나는 B의 구명 운동을 하게 되나 결국은 사형 집행 사수로 지명된다. "쏘아"라는 구령이 끝나기 바쁘게 일제히 '빵' 소리가 났지만, 나는 아직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그러다가 이제나마 그와의 대결에서 제외되서는 안 될 것 같아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B가 다른 네 명의 사수가 쏜 탄환을 맞고 쓰러진 뒤다. 그는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나에게 이겼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총 소리와 함께 나 자신도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현대문학(1959)>
핵심정리
배경 : 6․25 동란
경향 : 인간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심리적으로 포착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표현 : 간결체를 중심으로 심리 전개를 속도감 있게 표현함.
주제 : 인간 사이에 운명적으로 내재해 있는 대결 의식
등장인물 :
나 - 어린 시절부터 친구 B와 끝없는 대결의 상황을 맞이하는 인물. B와의 대결 속에서 이겨야 한다 는 오기(傲氣)와 늘 지고 있다는 패배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B - '나'의 영원한 적수.
경희 - '나'의 연인. 후에 B의 아내가 됨으로써 '나'에게 패배감을 안겨 준다.
이해와 감상
1959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단편 소설. '나'와 친구 B는 어린 시절부터 맞수이다. 6․25의 혼란기 속에서 '나'와 B는 사수(射手)와 사형수(死刑囚)의 관계로 대립한다. 마지막 대결에서 B는 '나'와 또다른 사수(射手)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여 그 관계를 미묘한 방향으로 전개시키는 어떤 비밀스러운 힘이 있지 않은가를 생각케 한다.
이 작품의 구성은 '나'와 B의 대립 관계가 몇 개의 사건을 통해서 전개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같은 대립 관계를 통해서 인간 사이에 음험하게 자리잡고 있는 대결 의식과 그 비극적 결말을 그리고 있다. '나'와 B는 어렸을 때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다. 둘이서 선생님의 "엠" 소리를 세고 웃다가 함께 벌을 받게 된다. 서로 뺨 때리기를 하는 사이에 감정이 격앙되고 결국에 '나'는 코피를 흘린다. '나'는 깊은 패배감을 느낀다. 선생님의 벌이 두 친구를 적대 관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또 실력 경쟁을 한다. 그런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대립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한 반에 있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경쟁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경희'를 두고 대결을 벌인다. '경희'가 우연히 그들 사이에 나타났고, '경희'가 나타난 자리에 두 친구가 다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들은 극적인 상황에서 다시 만난다. '나'는 사수(射手)로서, B는 사형수로서…….
이미 여러 번 경쟁을 벌였던 그들이라 피차간에 호적수가 된 지 오래되나, 이 상황에서 그 대결의 질과 농도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B의 심장에 붙은 붉은 딱지에 총을 겨눈다. 그러나 '나'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왜냐 하면, 무방비 상태에 놓인 친구를 죽여야 한다는 데서 오는 갈등, 절친했던 친구에게 총구를 겨누게 만든 어떤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반발감, 그리고 그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망설임이 순간적으로 정말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나'는 또다시 B를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에 젖는다. 그래서 '나'는 결국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것은 B를 향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패배감을 '사살'하려는 반발심의 방아쇠였다. 그러나 이미 B는 다른 네 발의 탄환을 맞고 이미 쓰러진 뒤였다. '나'는 이겼어도 비굴하게 이긴 것 같다.
인간은 무수한 형태의 대립 관계를 겪어 가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모든 대립은 스스로의 인간적 의지에서보다는 그와 같은 대립을 요구하는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 이루어진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미묘한 대립적 인간관계를 통하여 비극의 본질과 그 책임의 궁극적 소재(所在)를 탐구해 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김태형 외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