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
수난 이대 줄거리(하근찬)
박만도는 삼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마음이 들떠서 일찌감치 정거장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길이라 하니 많이 다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는 팔이 없어서 늘 주머니에 한쪽 소맷자락을 꽂고 다닌다. 아들의 귀향 생각에 휩싸여 시간이 빨리 가기를 기다린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언젠가 술에 취해 물에 빠져 옷을 널어 말리면서 사람들이 지나가면 물 속으로 들어가 얼굴만 내놓던 일을 생각한다. 정거장 가는 길에 진수에게 주려고 고등어 두 마리를 산다.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만도는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일제 강제 징용에 의해 남양의 어떤 섬에 끌려갔었다. 비행장을 닦는 일에 동원되었는데 굴을 파려고 산허리에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하여 불을 당기고 나서려는 순간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당황한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했던 굴로 들어가 엎드렸다가 팔을 잃었다.
기차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하는데도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만도는 초조해진다. “아부지.”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로 돌아선 만도는 다리를 하나 잃은 채 목발을 짚고 서 있는 아들을 보고 눈앞이 아찔해진다. 만도는 분노를 씹으며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다 주막에 이르러 어찌할 수 없는 부정을 나타낸다. 술기운이 든 만도는 진수에게 자초지정을 묻는다. 수류탄에 그렇게 된 것을 알게 되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살겠느냐는 아들의 하소연에 아들을 위로한다.
외나무다리에 이르러 만도는 머뭇거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한다.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들고 아버지의 등에 슬그머니 업힌다. 만도는 용케 몸을 가누며 조심조심 걸어간다.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핵심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 배경 : 1950년대 한국의 작은 마을
- 표현 : ① 기술 방법에 있어, 요약과 장면 제시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구성의 긴밀성을 노리고 있다. ② 토착어를 분위기에 맞게 사용하고 있으며, 묘사가 사실적이다. ③ 비극적 감정을 해학적으로 처리하여 감동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④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장면이 제시된다.
- 제재 : 어느 부자(父子)의 수난
- 주제 : 수난을 극복하는 삶의 의지. 역사적 시련 극복의 한 모습. 민족의 비극과 초월의 의지(수난의 현실과 그 극복 의지)
등장 인물
- 박만도(아버지) : 순박한 시골 사람.일제 식민지의 희생자. 직선적이고 급한 성격이나 의지가 굳고 낙천적임. 왼팔이 없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나 만주 징용에서 불구가 됨.
- 박진수(아들) : 6.25의 희생자. 순박한 시골 청년으로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면서 살아가려는 한국의 토속적인 인간성이 엿보이는 긍정적 인물.
이해와 감상
1957년 한국일보에 발표한 가족사의 단편 소설로서, 일제의 식민지 시대에서 겪은 아버지의 수난과, 한국 전쟁에서 겪는 아들의 수난, 즉 2대(二代)에 걸쳐 이 땅의 현대사가 겪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과 그 극복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외나무다리가 등장하고 있다. 시간의 역행적 구성, 인물의 뚜렷한 성격 등이 단편 소설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부분은 절정과 결말로서 부자애(父子愛)를 통하여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는 장면이다.
아들의 귀향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심리적 명암, 성냥불로 연상되는 과거에의 기억, 주인공의 일정한 버릇, 작품 앞뒤에 나오는 외나무다리 등의 제재의 의미를 통해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성하였다.
주제에 대하여
“수난 이대”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와 같이,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가 겪은 가족사적 수난을 다룬 것이다. 즉 아버지는 일제와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팔 한쪽을 잃고, 아들은 6?25때 참전하여 다리 한 쪽을 잃음으로써 모두 불구가 되었는데,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가 겪은 가족사적 수난의 과정을 통해 이 땅의 현대사가 경험한 역사적 비극을 상징하는 것이다. 차례 차례로 팔과 다리를 잃은 이 두 세대가 서로 도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명백히 읽을 수 있는 바와 같이, 비극의 상처와 고통을 서로 감싸고 도우면서 극복해 가려는 의지가 감동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플롯의 절정을 이루는 이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살아가는 참담한 시대의 인간들이 그래도 삶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역사적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데에 이 작품의 근본적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