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태형’을 읽고(정만진)|
<줄거리>
'기상!' 소리가 요란하다. 간수가 나타나 점검을 한다. 늦게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가차없는 채찍질이 돌아온다. 모두들 그 사실을 익히 숙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늦게 대답을 하던 영감은 채찍에 등을 얻어맞는다.
감옥 안은 너무도 덥다. 머리 속에는 독립, 민족자결, 부모, 아내, 아들의 그 어느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물 마시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온몸에는 종기투성이다. 그들은 공판에 불려나가는 것이 제일 좋다. 공판에 불려나가 사형을 언도받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당장은 시원한 공기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공판에 불려 나가기만 애타게 바라고 있지만, 나오라는 호출 소리는 내내 무소식이다.
다섯 평이 못 되는 감방 안에 어떤 날은 사람이 스물, 어떤 날은 마흔씩이나 있다. 그러니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서 잠을 잔다. 병이 들어 환자용 감방으로 옮겨가는 일도 자주 있다. 거기에는 물을 준다. 나는 어서 큰 병이 들어서 거기로 갔으면 하고 바란다.
어느 날, 영감이 공판에 불려 갔다가 돌아온다. 태형 구십 대의 판결을 받았다. 그것을 다 맞고나면 석방된다. '이제 사흘 뒤면 담배도 마음대로 피우고 좋겠소.' 하자 영감은 '나이 칠십에 구십 대를 맞으면 죽소. 항소했지.'하고 대답한다. 나는 감방 안의 사람들이 다 듣게 '노망했소? 당신이 나가면 감방 안이 넓어져서 모두들 편해지는데 당신 죽을까 봐 그 생각만 하오?'하고 떠들어댄다. 감방 안 사람들이 일제히 영감을 비방한다.
결국 영감은 태형을 맞겠다고 간수에게 자청한다. 영감을 매를 다 맞지도 못하고 죽어 버린다.
<읽기>
이기심 자체를 인간의 특징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참으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조금만 상황이 악화되면 인간의 이기심은 어찌 그리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가. 김동인도『태형』을 통해 인간의 그러한 비정함과 야비스러움을 보여주려고 했던 듯싶다. 남이야 어찌되었건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獨善其身/맹자] 인간들의 행태를『태형』속에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기 개인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인간 군상을 그린『태형』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바로 그 인간이라는 점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소설 속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이기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요즘의 예를 우리는 '차'와 관련하여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땅이 아닌데도, 다만 제 집 담 옆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기에다가 온갖 주차 방해물을 설치해 남의 차가 서지 못하도록 훼방하는 시민들의 무의식. 조금만 차가 밀리면 인도로 승용차를 몰아 보행자를 마구 위협하는 몰지각. 직진을 할 것이면서도 좌회전 전용 차선 맨 앞에 서서 그 줄의 차량들을 못 움직이게 만들다가 신호가 바뀌면 자기만 미꾸라지처럼 뺑소니치는 염치불구.
올해는 해방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만주에서 독립군을 잡으러 다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박정희), 그가 집권하는 동안에 일본군 장교 출신 인사가 무려 25명이나 장관을 역임한 곳이다. 그러나 그러한 민족정기 훼손의 역사적 사실은 국민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간혹 알려진 경우라 하더라도 제 한 몸의 이익을 위해 온갖 짓을 일삼았던 친일파들은 '그 때 친일 안 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따위의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반민족 행위를 정당화하려 들었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은 오히려 그와 같은 친일파들의 반민족적 친일행위와 그들의 후안무치한 변명을 통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한 사회적 삶을 꾸릴 줄 아는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각오를 다져야겠다.
☆ 김동인 : 1919년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를 창간한 한국 현대문학의 선구자.
『광염 소나타』,『붉은 산』,『배따라기』,『광화사』,『발가락이 닮았다』,『태형』등
단편소설이 주요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