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4
4. 흐르는 북(최일남) 줄거리
선천적인 예술적 기질과 역마살로 인하여 가정을 외면한 채 살아온 민 노인은 현재 유배자와 별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민 노인의 아들은 자신의 사회적 체면도 있고, 아버지 민 노인이 북[鼓] 때문에 가정을 버리고 허랑 방탕한 한평생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또 다시 북 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손자인 성규와 성규 친구들의 권유로 민 노인은 그 동안 놓았던 북채를 다시 잡게 되고, 아들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민 노인의 예술적 기질과 삶을 이해해 주는 성규는 어느 날, 민 노인에게 자기 학교의 봉산 탈춤 공연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를 한다. 많은 고민 끝에 민 노인은 이를 승낙한다. 그리고 아들 내외의 눈을 피해 젊은 패들과 연습에 돌입한다. 비록 연배가 한참 위이나 젊은이들과의 연습은 민 노인에게 큰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공연 당일, 민 노인은 다시 찾은 예술혼을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러나 아들 내외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민 노인을 탓함과 동시에 아들 성규를 호되게 꾸짖는다. 일주일 후, 성규는 데모를 하다가 붙잡혀 들어간다. 손녀 수경이와 함께 집에 남게 된 민 노인은 ‘아무래도 그 녀석이 내 역마살을 닮은 것 같아. 역마살과 데모는 어떻게 다를까.’ 하고 생각하면서 손녀의 물음에도 아랑곳없이 둥둥둥 더 크게 북을 두드린다.[문학사상](1986)
핵심 정리
갈래 : 세태 소설
배경 : 시간(1980년대). 공간(서울 중산층 가정)
성격 : 풍속적. 비판적
표현 : 간결체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순차적 구성
제재 : 한 가정 안의 세대간의 갈등, 북
주제 : 현실과 이상의 갈등, 중산층의 소시민성에 대한 비판과 전근대적 예술혼과 진솔한 삶의 만남
등장 인물
민노인 : 평생 북을 치며 살아온 예인으로서 가족을 버리고 방랑하다가 늙어서 아들집에 얹혀 살게 된다.
민대찬 : 민노인의 아들. 고학으로 자수성가. 고급 관리인 자신의 현재 지위와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민 노인이 북을 치는 것을 싫어함. 현실에 얽매여 기득권을 중시하는 소시민의 전형.
민성규 : 민 노인의 손자. 할아버지의 광대로서의 삶을 이해하는 대학생으로, 데모 도중 잡혀간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전통 세대, 기성세대, 신세대를 상징하는 세 인물을 한 가정에 노인, 그의 아들, 손자로 설정하여 이들 간의 갈등, 즉 세대 간의 갈등과 모순을 그리고 화해를 모색해 보는 1980년대 배경의 세태 소설이다. 젊었을 때 가정을 돌보지 않고 예인(藝人)으로 살지만 현재는 아들의 집에 얹혀 사는 민 노인, 아버지가 광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을 꺼리고,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하여 증오심을 품고 있으며, 자수성가한 소시민의 전형인 민대찬, 민 노인의 삶을 이해하고 긍정할 줄 아는 성규는 크게 두 갈래의 갈등의 축을 형성하고 대립한다.
민노인 ↔ 민대찬 부부(갈등의 관계)
민노인―민성규 (이해의 관계)
대찬부부↔민성규( 갈등의 관계)
지은이는 이러한 갈등의 모델을 통해 물이 흐르다가 장애물이 나타나면 돌아가거나 뛰어넘어 극복하고 흐름을 지속하듯 세대 간의 갈등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음을 긍정하고 그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최일남의 중편 소설로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인의 삶의 가치관을 사실주의적 문체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평생을 북을 치며 방랑하다가 아들집에 얹혀사는 민 노인(민익태)과 그에게 상처받고 고학으로 입신한 아들 사이에는 오랜 단절로 인해 회복하기 힘든 갈등이 자리한다. 이 갈등 구조에 대학생인 손자(성규)가 등장해 할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화해시키려 노력한다.
민익태 영감의 생애가 요약되어 있는 북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 특히 민대찬과 민성규 부자간의 갈등이 단순히 세대간의 대립 차원을 넘어서 역사적인 의미로 재생산되는 것은 소설의 결말 부분이다. 마치 [태평천하]의 마지막 대목을 연상시키듯 갑작스럽게 소설적 세계를 뒤흔들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성규가 데모하다 잡혀갔다는 사실이 친구를 전화를 통해서 알려진 것이다. 이처럼 할아버지에 대한 손자의 애정은 탈춤이라는 형태로 일치되거나 수렴되는 차원을 넘어서 당대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개혁과 비판의 행동으로 구체화된다. 민성규의 행동은 아버지 만대찬의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가치에 대한 맹목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즉 민대찬의 출세지향적이고 가족우선적인 현실적인 합리성이 정착민의 삶을 대표한다면, 민익태 영감의 역마살과 민성규의 데모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을 향해 현실의 굴레를 박차버리는 유랑민의 삶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민익태 영감과 민성규는 동일하면서 다르고, 구별되면서도 일치한다.
이처럼 최일남의 [흐르는 북]은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이어지는 세대 교체를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한 흐름과 함께 인간이 근원적으로 안고 있는 존재론적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현실과 이상, 안정과 변혁의 갈등을 세대간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서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