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4
11.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양귀자) 줄거리
은혜네는 원미동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부터 집이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이사오던 해에는 천장에서 물이 새고, 얼마 후에는 난방 파이프가 터지고, 이어 주방 하수구가 막히고 보일러 굴뚝이 무너지고 자물쇠 보조키까지 말을 안 들었다.
어느날 이웃의 으악새 할아버지가 찾아와 은혜네 목욕탕 파이프가 터져 자기 집 천장에 물이 샌다는 소식을 전했고, 어쩔수 없이 광복절 휴일에 맞춰 욕탕 수리를 하게 되었다.
지물포를 하는 주씨가 막일을 하는 임씨를 소개해 주었다. 임씨는 원래 연탄 장수인데, 연탄이 안 팔리는 여름에는 이런 일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은혜 아빠)와 아내는 허름한 임씨의 행색을 보아 분명히 견적을 이상하게 뽑아 돈을 많이 받아갈 것으로 의심하여 일이 끝나도록 감시를 늦추지 않는다. 임씨는 목욕탕을 다 고친 뒤 옥상까지 고쳐 주었는데, 그동안 시간은 밤이 다 되었다. 임씨는 분홍 편지지로 된 엉터리 영수증에 견적서를 뽑아 주었는데, 애초에 견적으로 잡았던 18만원보다도 훨씬 적은 7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낮동안 임씨가 엉터리 일꾼은 아닌지, 일부러 견적을 훨씬 많이 뽑는 게 아닌지 의심한 것이 부끄러웠다. 일이 끝나고 "그"는 임씨와 함께 김 반장네 형제슈퍼로 내려가 맥주를 시켜 먹는다.
술이 취한 임씨는 하소연을 시작한다. 연탄 장사를 할 적에 연탄을 대 주던 스웨터 공장 사장이 돈을 떼먹고 도망가, 형편이 어렵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가리봉동에 가서 더 큰 공장을 차렸다는 거였다. 때문에 임씨는 비가 와서 일거리가 없는 날이면 항상 돈을 받기 위해 가리봉동으로 간다고 했다. 술이 취할 대로 취한 임씨는 “죽일 놈들. 죽여! 죽여!”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그"는 그 죽일 놈들에 자신도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며 오줌이 마려운 척 하고 술값을 치른 뒤 슈퍼를 나와 공터로 걸어가는데, 으악새 할아버지가 ‘으악’하면서 괴로운 소리를 지르며 "그"의 옆을 지나간다.
핵심정리
갈래 : 현대소설, 연작소설
배경 : 부천의 원미동
성격 : 비판적
주제 : 도시 빈민들의 소외감과 무력감
특징 : 1980년대 한국사회의 풍속도를 부천의 원미동을 통해 도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서술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연작 소설 ‘원미동사람들’에 실린 단편소설로 1980년대 광복절 휴일 하루에 일어난 사건을 그(은혜 아빠)의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는 연탄 배달부인 임씨에게 집수리를 맡기면서 대충 일하고 돈만 많이 받아가지 않을까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주 적은 액수로 욕실수리와 함께 지붕의 옥상까지 수리를 해주자 임씨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된다.
집수리를 마치고 함께 갖게 된 술자리에서 비오는 날이면 임씨가 가리봉동에 왜 가야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임씨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는 세속적 욕망에 충실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쉽게 사회 변혁으로 나아가거나 보다 나은 삶의 전망을 그려내지는 못한다.
작가는 다만 끊임없이 앞만 보고 질주하는 세속적인 도시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 따스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관찰하며 도심의 외곽지대에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웃과 이웃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원리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