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삶 쓰기 (3) 2
겨울나무를 보며( 박재삼)
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 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 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비로소 나는 탕에 들어 앉아
그것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
부우연 노을 속 한 경치로써
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 - <햇빛 속에서>(1970) -
2. 겨울나무를 보며( 박재삼)
핵심정리
성격 : 관조적, 교훈적, 예찬적,영탄적
주제 : 자아의 참모습 인식에서 오는 기쁨
구성
제1연 : 여름 나무 (젊은 날의 방황)
제2연 : 겨울나무 (참모습의 인식)
제3연 : 자아의 참모습 인식에서 오는 기쁨 (주제연)
이해와 감상1
자연의 모습을 인간의 삶에 대응시켜 노래한 이 시는 여름 나무의 모습에서 젊은 시절 방황과 열정을, 겨울나무의 모습에서 벗을 것을 벗어버리고 참모습(실체)을 드러내는 중년 나이의 삶을 투영시키고 있다. 시적 화자는 욕탕 안에서 벗을 것을 다 벗어버린 겨울나무와 같이 비로소 자신의 참모습을 조금씩 확인해 나가는 데서 느끼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2
화자는 제목과 같이 겨울나무를 보면서 나무가 성장했을 과정을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도 그만큼 성장하고 삶의 진리를 찾았음을 깨닫고 있다. 화자가 스물 안팎이었을 때, 아직 삶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이전에는 갈피를 못잡는 그리움에 살았다고 했다. 이것은 젊은 날의 격정적인 감정이 오직 욕망이었음을 나타낸다. 화자가 마흔이 되었을 때 겨울 나무가 나뭇잎을 다 떼어내듯이 젊은 날의 위선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 후 탕에 들어앉았다는 것은 그 탕 속에서 나무들이 화자를 향해 왔다는 걸 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장소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화자는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겨울나무를 통한 삶의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전개되고 있다.
이해와 감상3
이 시는 상당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매우 자전적인 관점으로 돌아가 앉아 젊음의 혼란을 반성하고, 회오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춘향이 마음]의 한이 사랑의 한이었으며 그것은 결국 연민으로 바뀌었던 과정을 상기해 보라. 한 편의 작품으로 결코 우수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품은 시인 자신의 서술대로 청년기에서 장년기로 접어들고 있는 시인의 연륜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것은 그가 이제야말로 <햇빛 속으로>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햇빛 속으로> 나온 시기를 전후로 한 그이 작품은 그의 세계를 반영하는데 있어 가장 실패한 부분을 이룬 것 같다. 저승과 한, 혹은 울음의 세계에서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변화 그 자체를 철저하게 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시의 긴장을 해이시키고, 시인의 가려 있어야할 부분마저 노출시키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춘향이 마음] 시절의 어두운 한의 세계가 가진 강열한 정열과 힘을 잃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나타내 주는 작품으로 [여름 가고 가을 오듯이]를 음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죽세공의 노래] [피리 구멍] [꿈으로 묻노니]등은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