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의 유혹(김광규)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 해제 : 이 작품은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회의와 반성에서 시작된다. 화자는 자신의 일회용 플라스틱 물건처럼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겨질 때 지금은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어 한다. 뜨거운 불 속에서 달궈지고 벼려지는 인고의 과정에서 새롭게 거듭 나서 시퍼런 무쇠낫이나 꼬부랑 호미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일회적인, 무가치한, 대량 생산된 똑같은 존재가 아닌, 자신만의 진정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의 재생을 소망하는 것이다. ‘똥덩이’로 비유된 쓸모없는 존재 가 아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은 열망을 그리고 있다.
★ 주제 : 가치 있는 존재에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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