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삶 쓰기 (3) 19
흥부 부부상(박재삼)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 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서 소스라쳐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춘향의 마음(1962)>
19. 흥부 부부상(박재삼)
핵심 정리
성격 : 전통적, 회상적, 인유(引喩)적
율격 : 내재율(반복을 통한 리듬의 창출)
성격 : 권고적, 단정적, 대화적
심상 : 묘사적 심상
제재 : 박 타는 흥부 부부의 애환
주제 : 가난한 삶의 애환과 소박한 생명
시어, 시구 풀이
웃음살 : 웃음의 물살
정갈하던 : (모양이나 옷 따위가)깨끗하고 말쑥하던
거울면들아 : 거울의 면과도 같은 이들아
구슬 : 눈물의 은유적 표현
금시 : 바로 지금
부끄리며 : 부끄러워하며
소스라쳐 : 깜짝 놀라 몸을 떠는 듯이 움직여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 ‘웃음살’은 ‘웃음’을 ‘물살’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고, ‘박덩이’는 가난한 생활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박을 가르기 전에 흥부 부부가 서로 주고받은 ‘웃음살’은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줄 아는 서민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금이 문제리. -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 금보다도, 누렇게 익은 벼이삭보다도 박덩이가 좋아서 소박하면서도 순수한 웃음을 지을 줄 아는 흥부 부부의 태도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뜻으로, 가난하지만 순수한 흥부 부부의 태도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 서로 같이 웃어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추는 것과도 같던 이들아. 흥부 부부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거울’에 비유하였다.
웃다가 서로 - 구슬을 나누었으리. : ‘구슬’은 ‘눈물’의 은유적 표현이다. 지극히 가난한 생활에 대한 흥부 부부의 한을 서로에 대한 연민에서 흘리는 ‘눈물’로 표현하고 있다.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도 -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며 놀래서 다시금 웃음을 짓는 흥부 부부의 사랑 가득 찬 행동을 통해 가난한 생활에서 오는 한을 극복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본웃음’은 ‘눈물’을 극복한 후의 웃음을 가리킨다.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 단순히 소박한 생활에 만족하는 차원이 아니라 가난한 삶의 한까지도 진정한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단정적인 어조로 나타낸 표현이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가난으로 인한 한(恨)을 지니면서도 그것을 사랑으로 극복해 내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박 타는 '흥부 부부'를 소재로 하여 표현하고 있다.
제 1연에서 흥부 부부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사는 인간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시적 화자는 이러한 인간상을 소중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제 2연에서는 시적 화자는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아 온 흥부 부부를 서로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로 일컫고 있다. 제 3연에서는 시적 화자는 흥부 부부가 가난 생활에서 오는 한을 사랑으로 극복하였음을 말해 준다.
구체적으로 시적 화자는 가난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흥부 부부가 서로 울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한 울음은 바로 가난으로 인한 한(恨)을 가리킨다. 그러나 흥부 부부는 그러한 울음을 불현듯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사랑 속에서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이 시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가난한 삶의 애환과 그 극복이다. 이를 위해서 시인은 흥부 부부의 '웃음'을 '물살'에 비유하고 있다. 물론, 그 '물살'은 '한'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에서 '한(눈물)'과 '웃음'은 서로 혼융되어 있는데, 시인은 이러한 비유를 통해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복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