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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삶 쓰기

장미와 가시(김승희)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9.05.29|조회수170 목록 댓글 1

장미와 가시(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었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시선집 <<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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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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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한아 | 작성시간 19.05.30 아침에 만난 장미가,
    시인의 눈을 통해 발견된 장미가
    장미가시, 가시장미가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미네요.

    종일 생각할 거리를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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