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 읽고 삶 쓰기

시 읽고 삶 쓰기(4) - 6. '유리창1/유리창2'(정지용) 원작 읽기 및 감상하기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4.10.14|조회수3,744 목록 댓글 0

유리창1(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조선지광(1930)



핵심 정리

 성격 : 애상적. 감각적. 회화적

 어조 :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애상적 어조

 표현 : 시각적 이미지와 대위법(對位法)을 통한 감정의 절제가 돋보임

 구성 :

 1-3행   유리창에 어린 영상

 4-6행   창 밖의 밤 풍경

 7-10행  서정적 자아의 상실감

 제재 : 유리창에 서린 입김

주제 : 죽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 등 소위 '감정의 대위법(對位法)'에 의한 정감의 절제와 선명한 이미지의 사용, 그리고 감각적인 시어의 선택으로 어린 자식을 잃은 시인의 비애감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유리창'은 차가운 느낌을 주는 광물성 이미지로서 창 안과 창 밖을 단절시키는 동시에,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통로로 두 세계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유리창은 시적 자아와 그리워하는 대상(죽은 아이)을 격리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나타나는 영상(별), 즉 죽은 아이의 영혼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이중적 이미지로 사용됨.

  시적 자아는 어두운 밤, 창가에 서서 잃어버린 자식을 그리워하고 있다.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는 창 밖의 어둠은 그의 허망하고 괴로운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그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다 그는 유리창에 뿌옇게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 버리는 자신의 입김 자국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죽은 제 아이로 생각하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 때, 멀리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 하나가 유리창에 투영되자, 그는 몇 번씩이나 유리창에 서린 입김을 지우며 창 밖의 어둠과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별이 보이지 않게 되자, 시적 자아는 한밤중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별처럼 떠오르는 죽은 아이의 영상을 만나기 위해 홀로 유리창을 닦는다.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외로우면서도 황홀한 심사'라고 생각하는 시적 자아는 아이를 보기 위해 계속 유리창을 닦지만, '산새처럼 날아 간' 아이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는 것은 '외로운 심사' 때문이지만, 유리창을 닦는 일종의 의식을 통해 그 아이를 영상으로 만나고 있기에 유리창을 닦는 것을 '황홀한 심사'로 인식하는 이 시인에게서 우리는 격한 감정을 슬기롭게 절제하는 그의 인간적 완성도를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도 마지막 시행에 와서는 그 동안 참아왔던 슬픔을 더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아아'라는 감탄사와 느낌표(!)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따스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를 모두 그의 슬픔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 양승준 외 <한국현대시 400선> 중에서


이해와 감상2

 이 시의 제재인 '유리창'은 이승과 저승의 운명적 단절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교감의 매개체이기도 하여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유리창에 가까이 서서 죽은 아이를 생각하는 화자는 창 밖 어둠의 세계로 날아가 버린 어린 생명의 모습을 한 마리의 가련한 '새'로 형상화하여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고 말하고 있다.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는 어둠'은 화자의 어둡고 허망한 마음과 조응(照應)이 되고, '물먹은 별'이라는 표현은 별을 바라보는 화자의 눈에 눈물이 어려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이 시에서 '외로운 황홀한 심사'와 같은 관형어의 모순 어법은 독특한 표현이다. '외로운' 심사는 자식이 죽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거니와 '황홀한' 심사는 유리창을 닦으며 보석처럼 빛나는 별에서 죽은 아이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데 기인한 것이다.

  이 시는 겉으로 서늘하고 안으로 뜨거운 정지용 시의 특징과 낙이불음(樂而不淫), 애이불상(哀而不傷)의 절제된 정서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김태형,정희성 엮음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자식을 잃은 슬픔을 소재로 한 시 중에는 김광균의 “은수저”와, 김현승의 “눈물” 등이 유명하다.


<참고> 감정 절제의 표현 기법-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이란 대단히 슬픈 법인데 이 시에서는 그 감정이 엄격히 절제되어 있다. 이처럼 슬픈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표현법이 사용되고 있다.

 (1) 감정의 대위법(對位法) : 이 시에서 감정을 표현한 구절은 ‘차고 슬픈 것’과 ‘외로운 황홀한 심사’ 두 군데뿐인데, 슬픔과 외로운 감정이 차가운 감각과 황홀한 심사와 어우러져서 표현됨. 이처럼 대비되는 감각이나 심사(정신 상태)를 슬픈 감정과 대위(對位)시킴으로써 감정을 절제한 것이 감정의 대위법이다.

 (2) 선명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의 사용 : 이 시의 주제는 ‘죽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지만, 이 시에서 ‘죽은 아이’를 직접 표현한 시어는 하나도 없다. 모두 ‘언 날개’, ‘물 먹은 별’, ‘산새’와 같은 감각적인 사물로써 죽은 아이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면서 어떤 감정을 전달받기보다는 선명한 영상, 곧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심지어, 작품 내에서 그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도 ‘유리창’이라고 하는 선명한 이미지이고, 아이가 죽은 이유도 ‘폐혈관이 찢어졌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리창 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허므런 뜰앞 잣나무가 자꾸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으로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수증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뺨은 차라리 연정스러이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는 고운 화재(火災)가 오른다.<신생>(1931)



핵심 정리

 성격 : 심리적. 탐미적. 감각적. 상징적

 구성 :

    1-3행   캄캄한 밤

    4-8행   시적 화자의 답답한 심정

    9-12행  유리창 밖의 상황

    13-16행 나의 행위

    17-18행 유리창 밖의 이미지와 대비된 밀폐감의 심화

 제재 : 유리창

 주제 : 밀폐감과 불안 의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유리창 안에 갇혀 있는 서정적 자아의 밀폐감과 불안 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자는 유리창이 있는 방 안에서 창 밖을 내다본다. 그러나 창 밖의 풍경은 캄캄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다만 잣나무의 키만 보인다. 여기서부터 화자는 불안 의식을 내보인다. 창 밖을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자리로 간다. 그리고 목이 마르니 다시 유리창문으로 가서 입을 댄다. 여기서 ‘쫏다’라는 표현은 새가 부리로 쪼는 뉘앙스를 풍겨 시에 나타난 불안 의식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결국 화자는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함을 느낀다. 이 진술은 극단적 슬픔이라는 정서를 내면적 절제를 통해 감각화해서 형상화한 바 있는 “유리창 1”에 비해서는 매우 직접적인 표현으로 시적 화자의 불안 의식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9행부터는 호흡이 더욱 빨라지는데 창 밖의 정경을 단문으로 숨가쁘게 묘사하고 있다. 별도 없고, 물도 없고, 바람만이 세차게 분다. 그 바람에 흔들리는 유리창을 수증기선의 진동에 비유하고 있다. 결국 우박까지 쏟아지고 그 유리알을 향하여 화자 자신을 내던진다. 나는 열이 오르고 뺨을 유리창에 부비고 입을 맞춘다. 그 불안한 화자의 눈에 창 너머로 도회지에서 난 화재 현장이 목격된다. 그것을 먼 꽃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불안과 상관없는 탐미적 이미지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이 시의 화자가 겪고 있는 불안과 번민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불안하고 부동(浮動)하는 내면 의식을 유리창 안의 세계와 밖의 변덕스런 날씨를 통해 제시한 심리적 경향이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