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옹호자의 노래(1963)
핵심 정리
성격 : 종교적. 상징적,
표현 : 경어체로 경건한 신앙심 표현, 상징적 시어
구성 :
1연-순결한 생명의 기원,
2연- 순수 결정으로서의 눈물,
3,4연-절대적 존재로서의 눈물
5,6연-순결한 생명으로의 부활
제재 : 눈물,
주제 : 영원한 진실과 절대 가치로서의 눈물. 슬픔의 종교적 승화
이해와 감상
사람이 순수해지는 때는 언제인가? 이 작품에서 시인은 슬픔에 잠겨 눈물을 떨어뜨릴 때하고 답한다. 그에 의하면 가진 것 중에서 우리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그리고 가장 나중까지 남는 것이 눈물이다.
김현승은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잃고서 그 지극한 슬픔을 기독교의 신앙으로 견디어 내면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의 핵심인 '눈물'은 이처럼 견줄 데 없는 비애의 극한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괴로움으로부터 한시 바삐 달아나고자 애쓴다. 그러나 누구나 겪지 않을 수 없는 숙명적 사실로부터 달아나려고 하는 것은 겪지 않을 수 없는 삶과 죽음의 엇갈림은 여기 저기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것을 견디어 내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동서양을 통하여 위대한 종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여 왔다. - '사람이 가진 욕망과 소유물의 보잘 것 없음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절대자 앞에서 경건하라'라고. 김현승 또한 이 작품에서 그러한 깨달음을 노래한다.
절대자 앞에서 경건하고자 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 지닌 욕망과 기쁨 따위가 결국은 일시적인 것임을 깨닫는 일이다. 그러면 이들을 모두 버리고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 김현승은 슬픔, 곧 눈물이라고 답한다. 사람은 자신의 인간적 한계와 고통을 맛보는 순간에 가장 순수하고 진실하여진다는 것이다. 눈물은 첫째 연이 노래하듯이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며, 가장 진실한 순간에 있어서의 사람이 가진 것의 전부이다. 우리가 신 앞에 드릴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값지고 확실한 것도 눈물이다. 이와 같이 김현승은 슬픔과 눈물은 신이 사람에게 내려 준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보는 경지에 도달한다. 그것은 마치 나무의 꽃이 시든 뒤에 열매가 열리도록 한 신의 섭리와도 같다. 웃음이 잠시 피었다가 지는 삶의 꽃이라면 슬픔과 눈물은 그 열매에 해당한다고 그는 노래한다. 그리하여 그는 역설적으로 눈물이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진 신의 은총이라고 여김으로써 지극한 슬픔을 이겨내는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기독교적 시정신이 이룩한 높은 경지의 하나를 본다. - 김흥규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 중에서
이해와 감상
독백체의 자기 고백이라든지, 내면적 침잠(沈潛), 경어체의 어조가 주는 경건성 따위는 김현승 시인의 시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특질이다.
이 작품은 그가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신에 의지해 잊어 보려는 아픔에서 썼다고 한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오직 정직하고 진실한 눈물이 있을 뿐이다.’라고 하여 눈물을 신께 바치는 진실이라고 보았다.
1연은 성서(聖書)의 알레고리(교훈성을 근본으로 하는 비유나 상징의 하나)를 차용.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것으로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매 혹 백 배, 혹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가 그것이다. 성서에서 옥토에 떨어진 것은 씨앗이고, 이 씨앗은 결국 열매를 맺게 할 작은 생명이다. 영생적(永生的) 진실을 잉태하는 행위, 그것은 옥토에 작은 생명의 씨를 뿌리는 것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화자는 눈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열매를 맺게 할 작은 씨앗으로 본다. 작은 씨앗(눈물)을 뿌림은 백 배의 열매(진실, 영원, 기독교적 초월 행위)를 위한 자기 극복의 몸짓이다. 이 때,슬픔(눈물)은 절대의 기쁨(눈물)으로 화할 수 있다.그러기에 눈물의 의미는 단순한 차원에서 보다 초월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
2연. 눈물의 미덕을 말했다. 눈물의 물리적 형상을 통하여 추상적 가치를 보여 주는데, 눈물은 흠도 티도 없는 순수성을, 금가지 않은 완전성을 가진다. 따라서 눈물은 완벽한 가치를 지닌 절대의 것이 되고 만다. 화자는 이 절대의 가치, 절대의 순수에 빠지고자 한다. 화자의 절대 가치는 눈물뿐이다.
3,4연. 눈물보다 더 가치로운 것을 신이 요구한다 해도 나에게서 가장 순수한 것은 눈물뿐이므로 눈물만을 바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눈물이 나의 전부이므로.
5연. 신은 꽃을 만들었지만 쉬 시드는 것을 보고는 영생적(永生的)인 열매를 또 만들었다. 꽃은 유한성을 상징. 열매는 영원성을 상징. 마찬가지로 웃음과 눈물이 대응. 생(生)의 열락(悅樂)은 금방 사라지는 꽃과 같고 눈물은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화자는 슬픔을 영원성으로 극복하려 한다. 신이 만든 눈물은 절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신의 큰 뜻 속에 순응하며 살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