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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삶 쓰기

은수저(김광균)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4.10.18|조회수730 목록 댓글 1

은수저(김광균)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 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사색적. 상징적(은수저 - 애기를 상징)

심상 : 시각적

어조 :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비통한 심경을 절제하는 어조

제재 : 은수저

주제: 아기를 잃은 아버지의 정()

구성 :

1- 은수저에 고인 눈물

2- 아기에 대한 환상

3- 안타까운 아버지의 정()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의 시적 정황은 정지용의 󰡒유리창1󰡓처럼 어린 아이가 죽은 상황이다. 정지용의 작품이 아들이 죽은 상황을 내면적 절제를 통하여 감각적으로 잘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은수저라는 매개를 통하여 󰡐아이의 부재(不在)󰡑에 대한 슬픔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서 도 작품은 동류(同流)에 묶을 수 있다.

이 작품은 거의 한 행이 한 문장으로 이루어질 정도로 짧은 스타카토 형태로 씌어 있다. 이것은 무척이나 비통한 심정을 매우 냉정하고 차분한 어조로 진술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눈물󰡑이라는 단어가 한 번 나오지만 나머지는 슬픔을 직접 지칭하는 말을 최대한 아낌으로써 슬픔을 객관화하고 있다. 김광균의 다른 작품에서는 시인의 감상(感傷)이 전면에 노출되기 십상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것을 하나의 소묘 안으로 응결시킨다.

은수저는 아이의 돌이나 백일에 그 아이에게 주어진 것일 것이다. 그런데 산이 저물고 노을마저 잠긴 저녁에 아이가 없는 상황에 은수저는 주인을 잃은 슬픔에 눈물이 고인다. 시적 화자는 은수저를 빤히 바라다보다가 바람이 부는 것을 아이가 온 것으로 착각한다. 바람이 문을 덜컹거리는 것을 아니가 문을 여닫는 것으로 느낄 정도로. 다시 눈을 들어 보니 아이는 맨발 벗은 상태로 그림마저 어른거릴 정도로 선한 모습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이 작품은 간결한 소묘 속에 아이를 잃은 부정(父情)을 너무 감상적이지 않게 효과적으로 잘 드러낸 이미지즘 작품이라 하겠다.

 

 

이해와 감상2

 

이 시는 두 번째 시집 󰡔기항지󰡕에 수록되어 있지만, 후기 작품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항지󰡕 발문에 내 나이 스물여섯부터 서른까지의 것이라고 기록된 것을 참고한다면, 이 시는 예전의 시와는 전혀 다른 경향의 작품으로 서른 이후에 창작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구성의 이 시는 화자인 아버지가 저녁을 먹으며 아이의 부재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한밤중에 만난 죽은 아이의 환영과 죽음의 세계로 떠나는 아이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이 시는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비통한 심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시어는 눈물하나밖에는 없다. 그러나 간결한 3연의 구성과 단문으로 행을 마감한 시 형식 속에는 자식을 그리워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아픔이 흠뻑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연은 화자가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는 모습이다. 저녁 식사 시간, 화자는 문득 아이가 없음을 깨닫는다. 정말 죽은 것이 아니라, 잠깐 어디를 간 것이라고 믿어 왔지만, 저녁 밥상을 받고 아이의 빈 자리를 보며 그제서야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는 아이의 방석에 놓인 주인 없는 은수저를 보며 화자는 눈물을 흘린다. ‘저무는 산잠기는 노을은 하강소멸의 이미지로서 아이의 죽음을 상징하며, 아기를 애기로 표현한 것에서 더 짙은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은수저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빌며 그가 아이의 돌잔치 때 선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화자는 그 은수저에서 더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은수저에서 애기를 떠올리고, 다시 그것은 부정(父情)’으로 확대됨에 따라 마침내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2연은 한밤중에 화자가 아이의 환영(幻影)을 만나는 모습이다.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화자는 들창을 열고 바람 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던 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어디선가 방실방실 웃으며 방안을 들여다보는 아이의 환영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화자가 반가와하기도 전에, 아이는 벌써 문을 닫고 총총히 사라져 버린다.

3연은 아이가 죽음의 세계로 떠나가는 모습이다. 화자는 먼 들길로 제시된 죽음의 세계로 맨발 벗은채 울면서 가고 있는 애기를 목메어 부르지만, 아이는 불러도 대답이 없그림자마저 아른거릴 뿐이다.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던 2연의 애기3연에 와서는 사자(死者)의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나 있다. 아무리 목메어 부르며 그리워하더라도 이젠 더 이상 이 곳 이승의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아이임을 인정하고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드는 데서 진한 육친애를 느낄 수 있다. 정지용의 <유리창>과 동일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유리창>보다 화자의 감정이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별다른 수사적 기교 없이 평이한 서술로 아픔을 토로하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이지만, 그것을 절제하고 여과하는 시인의 인간적 성숙도를 짐작할 수 있다.

 

주제상 유사한 작품

 

김현승 - 눈물 :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기독교 신앙으로 견디어 내면서 작품을 썼다. 시인은 슬픔과 눈물을 피하기보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는 눈물이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라고 여김으로써 그 고통을 넘어서는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정지용 - 유리창1 : 이 시는 어린 자식을 잃은 젊은 아버지의 심경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러갔구나!󰡑 라는 구절은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을 고도로 절제하여 아름다운 이미지로 감각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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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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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스텔라 | 작성시간 14.10.19 잔잔한 슬픔이 어립니다.숟가락을 놓아버린 아이..'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를 생각했어요.
    제주사건, 어린날의 추억 그런거 말고도,생명을 이어주는 숟가락을 다시는 쓸 수 없는 아이들..
    그 뼈아픈 괴로움이 평생 가슴을 짓누르는 세월호를 생각합니다.어찌 잊겠어요. 아픔을 당한
    사람들이 더욱 슬퍼지는 건,다른이들의 관심이 희미해지고 잊혀져가는 순간들이랍니다.잊지맙시다.
    죄없이, 아무런 거부도 하지 못하고 사라진 세월호를 기억합시다. 마지막 우리의 약속이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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