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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삶 쓰기

시 읽고 삶 쓰기(4) - 8. '들길에 서서'(신석정) 원문 읽기와 감상하기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4.11.05|조회수610 목록 댓글 0

들길에 서서(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문장> 5호, 1939.6)

 


핵심정리

성격 : 서술적, 비유적

심상 : 비유적, 시각적 심상

어조 : 대체로 직설적 어조

구성 :

① 1-2연 :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② 3-4연 :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③ 5-6연 :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제재 : 저물녘의 들길   

주제 :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추구

 


이해와 감상 1

이 시는 현실 생활이 어려워도 그에 굴하지 않고, 이상을 지니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노래한 시이다. 이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두 세계를 대립시켜 설정해 놓았다. 

첫 번째 세계는 「화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세계」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져 버린 공간과 시간으로 설정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의 삶은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나’이지만 결코 연약하지만은 않아서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산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두 번째 세계인 「푸른 별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별’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는 것은 이상과 꿈을 향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을 바라다보는 일은 절실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이상과 꿈)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나의 일과’라 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2

해 저문 들길에 선 시적 자아가 자신의 지난 생활을 돌아다보며 새롭게 삶의 의지를 가슴에 심고, 높은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시적 자아가 존재해 있는 현실과, 그가 지향하는 ‘푸른 하늘’과 ‘푸른 별’의 세계를 대립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뼈에 저리도록’ 현실 세계는 괴롭지만, 시적 자아는 조금도 절망하지 않는 낙천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고, 두 다리는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고 있다는 삶의 숭고함을 자각하면서 굳센 삶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생활이 아무리 슬플지라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인 삶의 목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의 건강한 삶은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있는 것이기에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하고 소리 높여 외치거나, ‘생활은 슬퍼도 좋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저문 들길’로 상징된 일제 말기의 어두운 시대적 분위기에서 씌어진 이 작품은 비록 현실이 괴롭고 모질더라도, 그럴수록 높은 이상과 뜨거운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미래에 다가올 희망찬 새 시대를 갈망하던 시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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