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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삶 쓰기

너무 많은 것들 (앨런 긴즈버그)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1.01.02|조회수1,241 목록 댓글 2

너무 많은 것들 (앨런 긴즈버그)

 

너무 많은 공장들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하지만 너무 부족한 공간

너무 부족한 나무

 

너무 많은 경찰

너무 많은 컴퓨터

너무 많은 가전제품

너무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연기

너무 많은 복종

 

너무 많은 불룩한 배

너무 많은 양복

너무 많은 서류

너무 많은 잡지

 

지하철에 탄 너무 많은

피곤한 얼굴들

하지만 너무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 부족한 잣나무

 

너무 많은 살인

너무 많은 학생 폭력

너무 많은 돈

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금속물질

너무 많은 비만

너무 많은 헛소리

하지만 너무 부족한 침묵

-앨런 긴즈버그 <너무 많은 것들> (류시화 옮김)

 

* 너무 많은 생각, 너무 많은 주장, 너무 많은 분노……. 너무 많은 약, 너무 많은 식당, 너무 많은 성형수술, 너무 많은 살생……. 너무 많은 휴대폰, 너무 많은 음주, 너무 많은 거짓……. 너무 많은 부족함, 너무 부족한 충분함.

당신에게 너무 많은 것은 무엇이고, 너무 적은 것은 무엇인가? 혹시 불만족과 만족 아닌가? 서두름과 고요 아닌가? 너무 많은 것들은 어떤 것을 너무 적어지게 만든다.

마르크스가 19세기의 경제적 빈곤을 분석한 반면, 20세기의 풍요 속 빈곤을 이야기한 마르쿠제는 지금까지 인간 역사가 이룩한 가장 풍요로운 물질적 만족은 비자유를 자유로, 불행을 행복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물질적 풍요가 자유와 행복이라는 환영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많음'의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을 그는 '일차원적 인간'이라고 불렀다.

비트 운동의 월트 휘트먼으로 불리는 앨런 긴즈버그(1926-1997)는 풍요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절망과 분노에 잠겨 있던 젊은 세대의 우상이며 반문화 운동의 선두에 선 음유시인이었다. ― 시인들

 

* 눈을 감고서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업무들, 너무나 많은 평가표, 너무나 많은 TV 채널, 너무나 많은 정치인, 너무나 많은 책임전가, 너무나 많은 어린 희생자들, 너무나 많은 거짓, 너무나 많은 분노, 너무나 많은 슬픔, 너무나 많은 고통, 너무나 많은 무기력, 너무나 많은 망각.

눈을 감고서 다르게 생각해보려 하지만… 너무나 적은 합리성, 너무나 부족한 정직, 너무나 부족한 진실, 너무나 적은 희망, 너무나 조금 남은 2015년. 그렇지만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새해들.

― 한국일보, [진은영(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의 아침을 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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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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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날아(捏娥) | 작성시간 21.01.02 너무 많은 불만, 그래서 너무 적은 행복.^
  • 작성자한아 | 작성시간 21.01.02 역시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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