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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삶 쓰기

두엄자리 (나해철)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1.02.20|조회수120 목록 댓글 1

두엄자리 (나해철)

 

두엄은 썩어서 금비가 되는데

지푸라기, 돼지똥, 닭똥 그리고 오줌이

섞여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비료가 되는데

벼가 먹고 보리가 마셔서

살이 통통 오르는 영양식이 되는데

헛헛한 내 가슴은

썩어도 어디 붙일 데 없다

가슴을 두엄자리에 내려

독새풀, 엉겅퀴, 억새, 물풀들과 포개어져

다 탄 재와 똥오줌에 달구어져

질 좋은 퇴비가 되면 좋겠는데

땅 위에 떠서 흔들리는 저 가벼운

내 가슴

누구를 만나 껴안아도

안기는 건 저같이 무게도 없는

빈 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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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한아 | 작성시간 21.02.21 시골집 돼지우리 옆에 조그만 언덕처럼 쌓여있던 두엄. 봄볕 따뜻해지면 김이 아지랑이도 피어올랐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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