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엄자리 (나해철)
두엄은 썩어서 금비가 되는데
지푸라기, 돼지똥, 닭똥 그리고 오줌이
섞여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비료가 되는데
벼가 먹고 보리가 마셔서
살이 통통 오르는 영양식이 되는데
헛헛한 내 가슴은
썩어도 어디 붙일 데 없다
가슴을 두엄자리에 내려
독새풀, 엉겅퀴, 억새, 물풀들과 포개어져
다 탄 재와 똥오줌에 달구어져
질 좋은 퇴비가 되면 좋겠는데
땅 위에 떠서 흔들리는 저 가벼운
내 가슴
누구를 만나 껴안아도
안기는 건 저같이 무게도 없는
빈 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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