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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삶 쓰기

선지해장국 (신달자)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1.04.23|조회수347 목록 댓글 2

선지해장국 (신달자)

 

한 사내가 근질근질한 등을 숙이고 걸어갑니다

새벽까지 마신 소주가 아직 온몸에 절망을 풍기는

저 사내

욕을 퍼마시고 세상의 원망을 퍼마시고

마누라와 자식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퍼마시다가

누구를 향해 화를 내는지 두리번거리다 다시 한잔

드디어 자신의 꿈도 씹지도 못한 채 꿀꺽 넘겨버린

저 사내

으슥으슥 얼음이 박힌 바람이 몰아치는 청진동 길을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걸어가다가

바람처럼 '선지 해장국' 집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야릇한 미소를 문지르며 진한 희망 냄새 나는

뜨거운 해장국 한 그릇을 받아 드는데

소의 피, 선지 한 숟가락을 물컹하게 입 안으로

우거지 한 숟가락을 들판같이 벌린 입 안으로

속풀이 해장국을 한 번에 후루룩 꿀꺽 마셔버리는데

그 사내 얼굴빛 한번 시원하게 불그레합니다

구겨진 가난도 깡소주의 뒤틀림도 다 사라지고

속 터지는 외로움도 잠시 풀리는데

아이구 그 선지국 한 그릇 참 극락 밥이네

어디서 술로 밤을 지새운 것일까 구석진 자리

울음 꽉 깨무는 한 여자도

마지막 국물을 목을 뒤로 젖힌 채 마시다가

마른 눈물을 다시 한 번 문지르는데

쓰린 가슴에 곪은 사연들이 술술 사라지는데

여자는 빈 해장국 오지그릇을

부처인 듯 두 손 모으고 해장국 수행 끝을

희디흰 미소로 마무리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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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아 | 작성시간 21.04.23 선지해장국 생각나네~
  • 작성자날아(捏娥) | 작성시간 21.04.23 선지국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해장, 해탈을 부르누나. 나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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