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삶 쓰기 6
설일(雪日)(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로써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이적진 : 이적지는('이제까지'의 방언)
핵심 정리
성격 : 서정적. 기원적
표현 : 시각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시어를 구사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도 감성적인 표면이 주조를 이룬다. 자기 응시적 독백체로 고독의 초극 의지를 형상화했다. 어조 : 기원적이고 경건하면서도 감성적인 표현이 주조를 이룬다
제재 : 삶의 자세
주제 : 신의 존재를 느낌으로써 고독을 극복하고 너그러운 삶을 살아가려는 새해의 다짐. 건강한 삶을 지향하려는 시인의 다짐
시점 : 1인칭 시점(시적 자아의 면모 - 구도 하는 자세로, 사물로부터 신을 느끼고 삶의 바람직한 자세를 깨달아 나간다.)
구성
1~2연 :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
3~4연 : 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
5연 : 삶에 대한 다짐
6연 : 눈을 바라보는 마음
이해와 감상
김남조 시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종교적 절대자에 대한 사랑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시에도 혼자만의 고독을 극복하고 너그러운 삶을 지향하려는 삶의 자세와 다짐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기독교 특유의 어휘 등을 사용하여 삶은 신의 은총이 한 부분임을 드러내고 있다.
1~2연에서는 황량한 겨울 한 복판에 나무와 바람, 화자인 나를 등장시켜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바람 부는 모습을 시각화하여 쉽지 않은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3~4연에서는 '은총'과 '섭리'라는 종교적 분위기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한 넓은 이해를, 5연에서는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삶을 살고자 하는 희망과 다짐을 말하고 있으며, 끝으로 6연에서는 새해 아침 눈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려는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이 시는 기독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삶에 대한 성찰적 인식과 긍정적 삶의 자세, 건강한 삶을 지향하려는 시인의 다짐을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윤재열 외 <즐거운 시여행> 중에서
이해와 감상2
김남조의 시에는 기독교 적인 신앙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의 시에는 신에 의탁하는 시적 화자의 자세와 삶에 대한 궁극적인 시각이 두드러져 나타난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겨울, 바람을 맞고 서 있는 헐벗은 겨울 나무 한 그루도 혼자 있는 듯 보이지만 바람에 의해서 그 흔들림이 보이고, 바람 역시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해서 그 존재가 인식되듯,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혼자일수 없다는 시인의 인식이 이 시의 주조를 이룬다. 아무리 외톨이가 된 상황에서도 하늘만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시인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신의 은총이나 섭리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손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계기로, 시적 주체는 자신의 삶의 자세로 눈길을 돌린다. 그리하여 눈 오는 새해 아침 가지게 되는 건강한 삶에 대한 다짐을 드러낸다는 것이 이 시의 궁극적인 주제를 형성한다.
이 시를 통해 개인의 정서와 삶에 대한 자세를 드러내는 방식을 음미해 보고, 그것이 특히 시각적 형상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점과, 그 형상이 어떻게 상징적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지를 주목해 보기에 좋은 시이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의 풍경을 보면서 인생을 사는 삶의 자세를 짚어 보고 있으며,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평소 종교적 신앙심을 생활에 연결짓고 있다. 쉽고 평이한 시어 속에 인생에 관한 관조적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연 현상에서 인생의 의미를 이끌어 내면서, 긍정적 인생관으로 밝은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표면적으로 시각적 이미지 구사가 보이는데, 머리채 긴 바람, 은총의 돌층계, 섭리의 자갈밭, 순수의 얼음꽃 등이 그것이며, 어조의 특징이라면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의 결과와 자신에 대한 반성, 새해를 맞이하는 자신의 삶의 자세를 차분한 어조로 노래한 자기 응시의 독백체라 할 수 있다. 구성면에서 보면, 구체적인 이미지를 지닌 사물로부터 어떤 인식과 깨달음을 이끌어 내고, 그에 바탕하여 삶의 자세를 노래한 다음, 이를 다시 구체적인 이미지를 승화시켜 내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