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삶 쓰기 24
엄마 걱정(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입 속의 검은 잎>(1989)
핵심 정리
성격 : 회상적, 감각적
어조 : 엄마를 걱정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어조
심상 : 시각, 촉각, 청각적 심상
제재 : 가난했던 어린 시절
표현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외롭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의 가난 체험을 드러냄.
① 감각적 심상을 통해 외롭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의 가난 체험을 드러냄.
② 상황의 제시를 통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③ 유사한 문장의 반복과 변조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심화하였다. 예) '안 오시네', '엄마 안 오시네', '안 들리네'
④ 각 시행은 비종결 어미로 끝을 맺음으로써 내용상 마지막 행의 '내 유년기의 윗목'을 수식하고 있다. 이러한 문장 구조는 시상을 '내 유년기의 윗목'으로 집중시키며, 유년기의 고통을 현재까지 연장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⑤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엄마'의 고된 삶과 '나'의 정서를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예) '해는 시든지 오래', '찬밥처럼 방에 담겨',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주제 : 장에 간 엄마를 걱정하고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외로움.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
내용 연구
․열무 삼십 단을~우리 엄마 : 열무 팔러 장에 간 엄마의 모습을 통해 가난과 고단한 어린시절 형상화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 시간적 배경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나타냄. '해는 시든 지 오래'는 독특한 비유로 엄마가 이고 간 열무와 연관지어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해가 졌다는 것과 실제로 엄마가 이고 간 열무가 시들 정도로 시간이 흘렀음, 엄마가 이제 지쳤을 거란 생각을 하게 함.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찬밥'은 가난 때문에 방치된 어린 시절 시작화자의 습을 상징. '찬밥처럼'역시 기형도 특유의 독특한 비유다.
․엄마 안 오시네~타박타박 : 삶에 지친 어머니의 모습을 시든 배추 잎에 비유하여 나타내고 있다.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점점 어두워지는 배경에서 무섭고 외로운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안 들리네'는 엄마 발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말한다.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 '빗소리'는 화자의 외로움을 고조시키는 소리다. 청각적 심상 자극.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에서 육첩방 밖에서 속살거리던 밤비와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
․윗목 : 온돌방의 위쪽, 곧 굴뚝에 가까운 방바닥. '찬밥 신세'를 생각해 보자. 서럽고 외롭고 소외된 경우 우리는 이 말을 사용한다. '내 유년의 윗목' 역시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시인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비유와 개성적인 표현 에 의해 형상화. 1연에는 두 개의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형으로 그려진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가서 해가 '시든 지 오래' 되어서야 '배추 잎 같은' 지친 발소리를 내며 돌아오시던 엄마의 고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엄마가 시장에 가고 나면 '빈 방'에 '찬밥처럼' 홀로 남겨져 '어둡고 무서워' '훌쩍거리던' 어린 시절 화자의 외로움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이다. 2연에서, 화자는 1연에서의 정황을 '지금까지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고 포괄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그 유년기의 고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음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이 시는 어린 시절 화자의 '그 어느 하루'를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정서와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이 시는 박재삼(朴在森)의 “추억에서”와 내용이 비슷. 화자의 어린 시절은 매우 가난했다. 엄마는 시장에 열무를 팔러 갔고 어두워도 돌아오시지 않는다. 빈 방에 ‘찬 밥’처럼 버려진 아이가 어른이 되어 피곤에 지쳐 ‘배추잎 같은 발소리’를 내며 돌아오실 어머니를 애타게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쓴 시이다. 빈 방에서 추위와 무서움에 떨며 혼자 기다리는 자신을 ‘찬 밥’에, 삶에 지쳐 피곤한 어머니의 발걸음을 축 쳐진 ‘배추잎’에 비유한 개성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심화자료- 박재삼의 시 〈추억에서〉와의 비교: 박재삼의 〈추억에서〉와 기형도의 〈엄마 걱정〉은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소재로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각각 '생선 장수(〈추억에서〉)'와 '채소 장수(〈엄마 걱정〉)'로 구체화된 어머니의 고된 삶과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추억에서〉)'과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엄마 걱정〉)'로 표현된 두렵고 외로웠던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이 그러하다. 하지만 〈추억에서〉가 주로 어머니의 아픈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애틋하지만 밝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면, 시적 화자의 아픈 마음을 주로 드러내고 있는 〈엄마 걱정〉의 이미지는 좀더 어둡고 불행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