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의 눈에 본 영화 [인생]
◆ 중국영화평론가 - 湯掁海
[인생]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한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불행을 통하여 중국 30년간의 사회적 특징들을 반영한 작품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작품은 그 내용의 틀이 비교적 좁은 시간과 공간을 골격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생]은 다른 작품과 다르게 30년이라는 긴 세월의 시간과 비교적 넓은 사회생활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푸구이와 그의 자녀의 운명을 통하여 중국의 40년대~60년대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특징을 반영해내고 있다. 40년대는 공산당과 국민당의 시체가 들판을 가득메운 악전(惡戰)을, 50년대는 마음놓고 먹을 수 있다라고 하는 [대식당]의 운영과 [작은 용광로]를 설치하여 대대적인 철강 제련을, 60년대는 천지를 가득 메운 대자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붉은 색으로 바다를 이룬 듯한 홍해양(紅海洋)과 모든 것을 쓸어 없앤다는 문화대혁명 등등. 중국 전 대륙을 떨게 한 이러한 역사적 운동이 영화 속에 비교적 강도 있게 부각, 표현되고 있다.
[인생]은 위화의 소설 [활착]을 근거로 하여 개편 제작한 것이다. 장이머우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원작은 영화 속에서 재창조되고 있다.
◆ 문학평론가 김만수 (군산대 국문과 조교수)
장이모우 감독은 그림자 극은 하나의 쇼트(single shot)로 활용하고 있다. 휘장 뒤에서 소가죽을 벗겨 만든 그림자 인형으로 전쟁과 인생을 묘사하는 그림자극은 인생의 실체와 그림자를 늘 압축하고 있는 것, 더욱이 주인공 푸구이의 인생이야말로 그림자와 같지 않은가.
혹은 도시락 속에 다민 스무 개의 만두를 하나의 쇼트로 볼 수도 있겠다. 부모를 돕느라 늘 잠이 부족했던 아들을 업고 학교에 가면서 푸구이는 만두에 대해 말한다. ‘한 마리의 닭이 자라 거위가 되고, 거위가 자라 소가 되고, 소가 자라 사회주의가 된다.’는 그의 대사는 작품 속에서 두 번 언급된다. 인생은 늘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살다보면 가난과 증오와 죽음을 만나기도 하지만, 희망은 늘 그렇게 자란다는 것. 장이모우 감독은 심지어 1949년 국공전쟁도, 1967년 문화대혁명도 그러한 성장과 희망의 시나리오 속에서 관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는 역사에서 시행착오조차 귀중한 체험이라고 보는 게 아닐까. 주인공 [푸구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저질렀는가. 도박으로 전재산을 날리기도 하고,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갔다가 아들을 죽게 만들었고, 딸을 살려줄 의사에게 만두를 먹이고 물을 먹여 결과적으로는 딸을 죽게 만들기도 했던 것. 푸구이는 자신을 죽도록 증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푸구이는 끝까지 살아남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착오적이고 광란적인 역사를 경험한 중국 인민들에게 푸구이의 시행착오를 넌지시 말해주는 듯하다. 살다보면 그런 때도 있는 법이라고. 사회주의 혁명도 문화대혁명도 그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한 선택이었다는 것. 그 목소리는 작지만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