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은(鹽隱)” 라는 이름을 현영 씨께(2017.10.18.)
가지 끝에 달린 감 속에, 사과 속에, 배 속에 대추 속에 가을 햇볕이 스미고 또 스며서 이젠 정액(精液)으로 농익어 가는 계절이네요. 또 아침저녁으로는 명징한 기운으로 몸과 마음을 맑고 개운하게 하는 아름답고 개운한 계절이네요. 이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이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나 돌아보게 됩니다.
이 좋은 계절에 현영 씨의 생일을 맞아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고 설렙니다. 현영 씨도 좋아할 것 같아 미리 감사합니다. 축하의 선물로 새로운 이름을 하나 지어드리기로 약속한 바가 있어 시간을 두고 이리저리 현영 씨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물로 드리는 이 이름이 현영 씨의 마음에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2017년의 생일을 맞으신 현영 씨께 “염은(鹽隱)”라는 이름을 선물로 드리려고 합니다. 이름을 지은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늘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지난 번 현영 씨께 소금을 구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답니다. 소금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지요.
사람은 누구나 빛이 되려고 합니다. 날 때부터 부모님의 바람도 그렇고, 성장하면서 본인의 바람과 사회의 분위기도 그렇지요. 대부분 너나 없이 빛나는 인생을 가꾸려고 몸부림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빛은 영원하지도 않고, 또 그림자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소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성경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중략)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마 5:13-15)”는 말씀이 계기가 되었지요.
소금은 우선 스스로 녹아서 대상에 스며들어 절이고 자신은 형체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형체가 없어졌지만 짠 맛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내 형식이 죽었으나 내용이 죽지 않은 것이지요. 나아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대상(배추, 무 등)을 먹을 만한 맛이 나도록 (쓸 만 하게, 가치 있게) 만들어 주지요. 죽어서(숨어서 스며들어) 오히려 대상(이웃)을 살리고 값나가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현영 씨가 이 점은 저보다 더 잘 알겠지요. 현영 씨의 처가가 염전을 하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광암 염전” 이라는 이름의.
현영 씨는 늘 조용한 사람입니다. 말을 할 때도, 걸음을 걸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조용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현영 씨의 조용한 말이 스며서 웅변이 되곤 합니다. 현영 씨의 보이지 않는 선한 발걸음이 사람들을 감동하게 합니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맛나고 보람 있게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마치 소금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2017년에 현영 씨의 생일을 맞으면서 “염은(鹽隱)”라는 이름을 선물로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소금처럼 스스로 녹아서 대상에 스며들어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사람’, ‘ 숨어서 스민 소금’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이것은 그간에 현영 씨가 살아오신 삶의 궤적과 맞닿아 있기도 하고 앞으로 현영 씨의 하시는 일과 삶에 대한 바람이 기대로 담겨있기도 하지요.
오늘 현영 씨의 생일을 맞아 “염은(鹽隱)”라는 이름을 선물로 드리면서 현영 씨의 삶이 소금처럼 나와 가정, 이웃과 사회에 좋은 모습으로 덕을 끼치길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 보냅니다.
거듭 생일을 맞은 “염은(鹽隱)” 씨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해 드리며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마다 좋은 일이 있기를 빕니다.
2017.10.18
“염은(鹽隱)” 씨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이계양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