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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아기편지

세옹이의 말

작성자정다운|작성시간18.11.16|조회수76 목록 댓글 2

세옹이의 말

 

   오늘이 1116일이다.

   약 48년 전 나에게 오늘은, 눈이 참 많이 왔던 날이었다이 날은 전국 단위 대학 들어가는 예비고사 날이었다. 우리 때는 그랬다. 전국에 학생들이 몇 명 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때 생각으로는 참 치열하게 경쟁을 하였던 날이었다. 청주지방 검찰청에 근무하시는 큰 매형의 사주를 받아 큰 누나가 연필을 보내왔고, 작은 누나가 눈이 많이 내려,  온 세상이 온통 하얀데 시험장까지 같이 간다고 집을 나섰다.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꼭 따라왔었다. 그래서 따라오면 나 시험 보러 안 간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누나는 집 앞 조금 떨어져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아마도 지금 산수동 5거리 무등중학교 시험장으로 갔던 것 같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다 그놈이 그놈이었다. 3 교실 분위기와 너무 닳았다. 깡패 같은 놈도 있고 예비군복 입은 어른도 있었던 것 같고, 시험 시작 전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릴까? 하는 주위 탐색이 시작되었고, 그래도 나는 얌전하게 부뚜막에 홀로 오르는 고양이처럼 아무 말 않고 내 자리에 착석했다. 첫 시험 고사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교실 전체의 분위기는 다 파악이 되었다. 역시 재수생들이 우리 현역 고3보다는 더 실력이 좋았고, 옆자리 대각선에 선배가 그래도 믿을 만 했다. 2교시는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없다. 3교시가 수학시간 이었는데 우리는 확률까지 공부했는데 확률은 시험에 나오지 않았고. 3차 방정식의 도형문제가 당락을 좌우 하는가 했다. 특히 수학은 모른 것은 모르고 안 것만 풀고 지문이 작고 도형이 크니 옆을 둘러보는 수밖에 긴가밍가 할 때 옆 선배의 넘기는 시험지에 문항 번호에 마크가 크게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 마크를 크게 하고 종료되기 전 바로 답을 하였는데 그 큰 문제가 맞아서 무사히 대학 예비고사에 당당한 실력으로 합격하여 그래도 20만 등 이내에 들어 대학이라는 곳을 원서 쓸 수 있는 자격을 1차 시험에 합격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한 시험이었고, 일생의 처음 시험이었다. 그날은 참 눈도 많이 왔고, 추웠고, 기분도 아주 좋은 날이었다.

 

50년이 지났다. 나의 오늘 이었던 그날, 누구는 첫 시험부터 쌍코피를 흘렸다고 한다. 마음이 너무 앞서서 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목표에 집착하면, 긴장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초등 때 연설 연사로 출연하였던 추억이 있었는데, 사촌 형님이 산에 가서 연설 준비를 할 때는 작은 소나무를 사람으로 생각하여 연습하고, 연단에 서서는 사람을 소나무로 생각하라.”참 명언을 나에게 말씀해 주셨는데 그 때 사촌 형님, 나의 큰 매형님, 나의 작은아버님은 나 초등시절  광주에서 제일 좋은 광주고등학교를 다니시고 있을 때였다. 이 세 분의 지도를 받고 연설 연단에 섰는데, 연설 중, 바람이 불면서 내가 믿었던 원고가 날아 가벼렸다. 그 다음부터는 연설이 행설수설, 결국은 5명 중 5등을 하였다. 그 때가 1965년 나 초등 5학년 때다. 꼴등을 했는데 그날이 지금 생각하면 참 보람찬 하루였다. 내가 꼴등을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꼴등을 하였을 것인데 내가 꼴등을 해서 참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운동장 그 나무 밑에서 전교생을 다 모아놓고 연사로서 등단했던 것만으로도 매우 큰 영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58년 전 오늘이 생각나고, 50년 전 오늘이 생각난다.

 

연설을 한 날은 아마도 6월 이었던 것 같고, 시험 보았던 날은 아마도 오늘 쯤 되는 눈이 많이 왔던 그날 이었다.

나는 허허실실 전법을 잘 쓴다. 실실허허가 아니고 말이다. 경직되어야 될 곳에서는 유연하게, 유연할 곳에서는 경직되게 이것이 지금까지 배워온 나의 인생철학이다.

지금 고3도 나와 같은 지금을 지나는데 조금 인생에 여유를 갖고 오늘 안 되면 내일을 세월이 좀 먹는 것 아니고, 다시 성찰하면 인생은 어찌 풀릴지 모르는 것, 세옹이의 말이 참 생각나는 오늘이다.

 

20181116일 정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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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아 | 작성시간 18.11.17 시험은 아이들이 보는데 마음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초조한 하루를 보내고 선생님 글을 보니 평소 하시던 말씀대로 냅둬버려야 하겠네요. 갈수록 여유로워야 맞을 것 같은데 인생은 오히려 쉬운 게 없다고 가르치는 듯합니다.
  • 작성자오날아 | 작성시간 18.11.19 한아 님이 수험생들을 가르쳐,특히나 국어영역 부분에 많은 관심이 생겼지요.첫 시간(국어)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기에 걱정했습니다.그런데 자기도 힘들면 남도 힘들다고 하지요. 걱정마세요. 한아 님은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연설이나 발표할 때,앞의 사람들을 소나무로 생각하라..참 좋은 명언입니다.나도 앞으로 그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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