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코스로 걷게된 14코스는 저지예술정보화마을에서 한림항까지로 19km다.
첫날 역방향으로 월령선인장마을까지 걸었으므로 반코스만 가면 되는셈이라 바쁠것없이 싸묵싸묵 노거수가 있는 큰소낭길을 지나자 아늑하다는 의미의 오시록헌에 다다른다.
지명 이름이 참 예쁘다 여기며 한가로이 걷다보니 굴렁진 숲길이다.
움푹 패인 형태를 제주어로 굴렁지다고 하는데 양치식물이 그득한 숲터널과 오솔길을 걷노라니 그야말로 오시록헌하다.
어느새 월령 선인장마을이다.
손바닥만한 백년초들이 양손 다 들며 저요저요 하는듯 맞이한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현무암 담벼락 사이사이에 다육이나 백년초가 자유롭게 퍼져있는걸 볼수있는데
처음엔 쥐나 뱀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고하나 그런 풍경들이 올레꾼의 눈을 얼마나 즐겁게하는지 모른다.
이곳 월령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곳으로
유래는 아마도 해류를 타고 남방에서 밀려온 선인장이 모래땅이나 바위틈에 자리잡았다는 말도 있다.
담장이나 길가 어디나 흐드러지게 자생하는 풍경을 뒤로하자 비양도가 보이기 시작하는 월령포구다.
얼마 가지않아 바다와 육지의 점이지대인 금능 해안사구길이 나오자 드디어 첫날 한림에 도착하자마자 걸었던 14코스 완료, 완료다.
마침내 올레길을 다 돌았구나! 드디어 완주했구나!
완주를 확인한 순간 고운 흰모래를 두손 가득 허공에 뿌리며 6년만에 완주한 기쁨을 포효한다.
발바닥의 통증을 참으며 죽을 힘 다해 걸었던 제주 올레길.
자발적 고통을 감수하며 가족의 안녕을 비는 끝없는 기도와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며,
그러나 기쁨 가득 담고서 437km 한발 한발 내딛었던 제주 올레길.
행복과 희망과 염원이 방울방울 묻어있을 제주 올레길.
슬픔과 고난과 위기의 창백한 그림자를 지우고 또 지우던 지난 6년간의 여정이 소리없는 바람되어 스치운다.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올레길이라고 한다.
자연과 역사 문화와 더불어 해안선을 따라 마을길 숲속오솔길 오름 등 다양한 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주 올레라는 말에는 제주에 올래?라는 초대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한다.
누구나 올래트레일은 가능하나 완주까지는 대략 한달 정도 소요된다는데
1년에 한번 4월이 되면 3~4일 정도만 걷다보니 6년이 걸린 셈이다.
처음부터 완주를 목표로 시작한것은 아니었으나 4월이 되면 열병처럼 번지는 그리움에 올레길을 가다보니 마무리가 절실했던 모양이다.
올래길을 완주하면 완주증서와 메달을 받는데 지선인 1-1코스 우도와 18-1.2 추자도 코스를 다녀오지않아 아쉽게도 빈손이지만 크게 섭섭하진않다.
후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위로의 섬 제주.
6년의 여정을 마치며 후련함이나 성취감 대신 아이를 떼어 두고 온 어미를 바라보는 것처럼 애잔함과 안쓰러움이 밀려오는건 왜일까.
지역적 분쟁이 아닌 국가권력의 폭력에 핍박받고 생채기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만히 끌어안고 말없이 위로하고 싶다.
그러나 영문모른채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아이가 잘 자라주어 버젓한 청년이 된 제주를 본다.
말쑥하게 성장한 훌륭한 모습이다.
희망의 제주다.
5일째 되는, 집으로 가는 날이다.
이른 아침 짐을 꾸리는데 4.3기록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TV의 제주뉴스를 듣는다.
진실을 마주하고 책임을 다 하는 태도야 말로 사죄의 첫걸음이 아닐까.
나의 올레길을 편안하도록 조력해준 호텔분들과 작별을 하고 정들었던 한림을 떠난다.
동문시장 가까운 곳인 청년센터 6층의 무료 사물함에 배낭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시장을 둘러보며 제주의 마지막 날을 호흡한다.
1회차때 김만덕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올레리본을 찾지못해 당황했던 일들......
그때의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리움은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닐까?
이로써 6년에 걸친 기나긴 나의 올레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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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취원 작성시간 25.04.29 제주 올레길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올레길을 완주함에 제주도를 자식처럼 품으시는 마음, 요즘 4.3 사건에 관한 책을 읽고 제주에 매달려있는 제게 공감을 일으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도 남편과 올레길 걷기 해보고 싶습니다.
leehan202언니의 올레길 기행기를 이정표 삼아서요.
위로의 섬, 제주가 되셨으리라~ 건강히 다녀오심을 재차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지음(知音) 작성시간 25.05.21 드디어 제주 올레길 완주를 하셨군요
글을 이제야 읽게 되어 댓글도 이제사 올려보네요 너무 생뚱 맞긴 하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산다는 건
사랑하는 것,꿈꾸는 것, 그리고 낯선길을
걷고,없는 길을 가보는 것
올레길을 가보고 싶다 걷고 싶다
꿈만 꾸는 사람과 달리 직접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을 한다는 건 꿈꾸고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언니의 올레길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해요~~~~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