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 줄행랑 (이희용)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5.12.06|조회수175 목록 댓글 0

 

삼십육계 줄행랑

20140331() 07:48 [()포천신문사]


고대 중국의 역사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춘추전국시대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작은 나라들이,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더 많은 전쟁을 하면서 주변 나라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이런 빈번한 싸움이 있었기에 고도로 발달한 무기 제조법과 전쟁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생겨난 것이 이른바 병법(兵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병법은 오나라 때에 손무(孫武)가 정리한 '손자병법(孫子兵法)' 인데, '손자병법'보다 더 앞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삼십육계(三十六計)'이고 이는 본래 '전쟁을 하는 데 쓰였던 서른여섯 가지 계책을 말하는 것이다.

이 계책은 모두 36계까지 되어 있는데 제1계는 만천과해(瞞天過海)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너간다.’이고, 2계는 강한 적은 분산시켜 쳐부수다'라는 뜻이며, 31계는 그 유명한 '미인계(美人計)'이고, 마지막 제36계로 '주위상책(走爲上策)으로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한다.’라고 되어있다.

그러므로 병법을 대표하는 서른여섯 가지 계책 가운데 마지막 계책을 가리키는 것이 "삼십육계 줄행랑"이고, 기록대로 표현하면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이고 마지막계책은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인데 줄여서 '주위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달아나는 것이 어떻게 병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의 달아난다는 의미는 아무 대책 없이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당장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내일을 기약한 채 작전상 후퇴를 한다는 뜻으로 일단 퇴각했다가 전력을 보강해 다시 싸움에 임한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투에서는 전세가 불리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즉시 퇴각을 결정하는 것도 지혜이자 용기인 것이다. 또한 적의 전력이 유세하여 도저히 싸워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면 불리한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항복을 하는 방법과, 불리하지만 강화를 맺는 방법 아니면 후퇴해서 후일을 기약하는 작전을 펴야 할 것인데, 그중에서 당장은 도망을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계책이다.

그 이유를 말할 것 같으면, 전쟁에서 항복을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패하는 것이고, 강화를 맺는다면 절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며, 작전상 후퇴를 한다면 아직 패배하지 않고 후일을 기약할 수 있기에, 싸움에 패하지 않고 군사를 살리는 방법으로 한발 뒤로 불러서는 적극적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말에서는 "삼십육계주위상책""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으로 쓰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보면 '줄행랑''''행랑(行廊)'이 결합된 말로 행랑은 대문에 줄처럼 길게 이어진 문간채를 가리키는 말로, 솟을대문의 좌우에 늘어선 명문가의 행랑채 대문 좌우로 길게 줄지어 있는 행랑채는 주로 종들이 거처하였던 곳이었다.

이렇게 '행랑'을 길게 치는 것을 '줄행랑을 치다'라고 했고, '줄행랑을 치다'라는 길게 행랑을 치듯이 재빠르게 줄달음질을 친다는 비유적 의미를 더하여 '줄행랑을 치다''도망가다'의 의미로 '줄행랑''도망'의 의미를 띠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줄행랑'이 갖는 '도망'이라는 의미는 '주위상책'이 갖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려운 한문 표현 대신 '줄행랑'을 써서 "삼십육계 줄행랑"으로 표현하게 되었고, 이는 '매우 급하게 도망을 가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고전의 교훈을 인생이라는 단면으로 옮겨 본다면, 세상을 살면서 한 발 뒤로 물러나다는 것은 결코 소극적인 전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후퇴의 목적으로 격앙되고 긴장되었던 일시적 감정을 조절하고자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이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장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불리하거나 난처한 위치에 있을 때에, 현재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이 나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기를 부려 싸움을 건다면, 이는 재기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놓치게 되어 영원한 패배자가 될 수도 있으니 물러서는 때와 방법을 터득하라는 깨우침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영웅은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칠 줄 알아야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안 되겠으면 도망가거나 피하고 이길 것 같으면 공격하라는 말은 명분만을 내세우는 작금의 현실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물러설 대도 있고, 기다릴 때도 있으며, 때로는 도망칠 때도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듯이, 장수가 자존심과 명분만을 앞세워 역량을 축적할 기회와 시간도 없이 무조건 공격 앞으로만을 주장한다면, 그를 따르는 병졸들을 모두 죽이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귀담아 들어야할 고전의 교훈인 것이다.

그러므로 도망가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지혜로운 결정일 수도 있으며,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올바로 인식하여, 진정으로 위민이 무엇인지 주민을 섬기는 것이 과연 어떠한 일인가를 염두에 두고, 출사할 때는 처사의 마음으로 나아가고 뜻을 펴지 못하면 언제고 돌아와 처사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출처관(出處觀)”이 분명하고 청렴한 인물이 대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희 용

문화평론가, 대진대학교 박사과정원우회장,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이사, 전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신문 자문위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