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해설서(최보기)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1.06.10|조회수242 목록 댓글 1

가성비 높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해설서(최보기)

'장자화의 사기' 시리즈/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깃털도 많이 쌓이면 배가 가라앉고, 가벼운 짐도 너무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지며,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일 수 있고, 비방이 많이 쌓이면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왕께서는 심사숙고하시길 바랍니다."'장자화의 사기' 시리즈 제 3권 '세 치 혀로 세상을 바꾸다' 중 6편 '각개격파'에서 소진의 합종(合從)론에 맞섰던 장의를 다룬 대목에 나오는 대사다. '진, 연, 초, 제, 조, 위, 한' 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중국 전국시대 강대국 진나라를 나머지 나라들이 섬기며 평화체제를 유지하자는 '팍스진(Pax Jin)'의 연횡(連衡)론을 폈던 장의가 위나라 장왕을 설득하며 했던 말이다.

머나먼 전국시대 역사적 사실을 독서하기 전에 말이 너무 멋있고 익숙하다. "깃털도 쌓이면 배가 가라앉는다. 가벼운 짐도 많으면 수레 축이 부러진다"는 말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 '잔 매에 골병 든다'는 우리 속담도 생각 나고, '대망(大望)'의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진다'는 유훈도 생각난다. "뭇사람의 말과 비방이 쇠도 녹이고 멀쩡한 사람을 죽인다"를 대하는 순간 인터넷 '악플'이나 '마녀사냥' '신상 털기' 등 요즈음 광기의 사회가 불현듯 스친다. 이게 사실은 사마천의 '사기'를 읽는 묘미다.

명불허전 동양 고전으로 '삼국지'와 '사기'는 터줏대감 격이다. '삼국지'를 서너 번 읽었다며 '내 인생 한 권의 책'으로 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무수한 전략전술, 처세술, 용인술, 리더십 등의 지혜가 그 안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나관중의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정사에 기반한 소설이다. 나관중의 작가적 주관에 따른 창작이므로 '교훈의 개연성'에 한계가 분명하다. 후세들의 '조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그것을 입증한다.

반면 사마천의 '사기'는 그가 살았던 한(漢)나라 이전 3천 년의 중국 고대사를 약 15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 동안 130편에 걸쳐 집대성한 역사책이다. '사기'가 빛나는 것은 황실의 역사를 넘어 상인, 협객, 도적, 말단관리까지 광범위하게 다뤘다는 것과 탁월하게 예리한 '삶, 처세, 정치, 도덕'의 교훈과 통찰이 곁들여졌다는 것에 있다.

사마천의 예리한 통찰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는 그의 신념에서 나왔다. 그 신념은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궁형(거세)를 당해 바닥으로 떨어진 '오체투지'의 극한성찰에서 나왔다. 2100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의 가르침이 살아 숨쉬는 이유다.

저자 장자화는 대만의 중국문학 연구가 겸 소설가다. 특별히 '사기' 전문가다. 방대한 '사기' 원본 중에 21세기 독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할 인물들의 역사만 추려서 정리하고 해설을 붙였다. 모두 5권 시리즈인데 제 1권 '큰 그릇이 된다는 것', 제 2권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 제 3권 '세 치 혀로 세상을 바꾸다'까지 번역본이 나왔다. 제 4권 '비상시국에 살아남는 법', 제 5권 '역사에 이름을 새기다'는 앞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발췌'나 '요약'을 읽는 것도 경우에 따라 매우 필요하고, 경제적인 독서법이다.

◇장자화의 사기1.2.3 / 장자화 지음 / 전수정 옮김 / 사계절 펴냄 / 각 권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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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날아(捏娥) | 작성시간 21.06.10 사마천의 '사기' 는 없어도 삼국지는 몇 권 있는데 먼지 쌓인 채 소외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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