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각하(照顧脚下)(이규화)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2.09.09|조회수110 목록 댓글 0

조고각하(照顧脚下)(이규화)

 

照 비칠 조, 顧 돌아볼 고, 脚 다리 각, 下 아래 하, 조고각하. 자기 발밑을 잘 살피라는 뜻으로 남의 흠을 발견하고 비판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흠결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조고(照顧)는 샅샅이 잘 비춰본다는 성찰의 뜻을, 각하(脚下)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와 이해관계가 깊은 상황을 가리킨다. 따라서 조고각하는 남의 일에 시비곡직을 따지고 들기 전에 자신의 언행을 먼저 반성해보라는 경구다. 가깝고 친한 사람일수록 더욱 조심하고 예의범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함의도 있다.

조고각하는 원래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불교 선종(禪宗)의 수행법에서 유래했다. 중국 송나라 때 오조법연(五祖法演)이란 유명한 선승에게 제자 셋이 있었다. 불감혜근(佛鑑慧懃), 불안청원(佛眼淸遠), 불과원오(佛果圓悟)로 사람들은 그들을 '삼불'(三佛)이라 불렀다. 어느 날 오조법연 선사와 세 명의 제자가 밤길을 가다 갑자기 들고 있던 등불이 꺼졌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불감혜근은 '붉게 물든 노을에 춤을 춘다'(彩風舞丹)라고, 불안청원은 '쇠 뱀이 옛길을 건넌다'(鐵蛇橫古路)고 답했다. 그러나 불과원오는 '발밑을 비추어보라'(照顧脚下)라고 답했다고 한다. 뜬구름 잡기식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답이었다. 그 후 조고각하는 불가에서 자기 자신을 살펴 수행에 정진하라는 수행법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비슷한 말로 목불견첩(目不見睫)이 있다. 눈이 속눈썹을 보지 못하듯 남의 허물은 잘 보지만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 일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 일이나 잘 하라는 선기후인(先己後人), 남 탓 않고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반구저기(反求諸己)도 있다. 선거철이 되면서 남의 개인적 약점을 파헤쳐 비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속에 약점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고각하하는 인물에 한 표를!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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