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 齊家] 6. 交友投分 切磨箴規 (교우투분 절마잠규)(백우)
【本文】
交友投分 切磨箴規 교우투분 절마잠규
친구를 사귐에는 의기가 투합하고
학문 덕행 갈고 닦아 서로 훈도 해야 한다.
【훈음(訓音)】
交 사귈 교 友 벗 우 投 던질 투 分 나눌 분
切 끊을 절 磨 갈 마 箴 경계 잠 規 법 규
【해설(解說)】
지난 번에는 형제자매의 우애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이번에는 친구의 사귐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룬 글입니다. 교우관계는 실로 중요해서 예로부터 이에 대하여 논하지 않은 성현이 없습니다. 천자문에서는 친구의 사귐을 어찌하라고 하는지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글자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우투분(交友投分) 친구를 사귐에는 의기(義氣)가 투합(投合)하고
교(交)는 상형자(象形字)로 사람이 정강이를 엇걸어 꼬는 모양을 본떠서, '교차함, 섞임, 사귐'의 뜻을 나타냅니다.
우(友)는 또 우(又) + 또 우(又)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又'는 오른손의 상형(象形)입니다. 손에 손을 잡고 있는 '벗'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뜻을 가진 동지가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본 뜬 것입니다.
투(投)는 손 수(手) + 창 수(殳)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수(殳)는 '몽둥이를 손에 들고 패다'의 뜻입니다. 수(手)를 더하여 '던지다'의 뜻이 되었습니다.
분(分)은 여덟 팔(八) + 칼 도(刀)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팔은 '둘로 나누다'의 뜻입니다. 나눌 때 칼[刀]로 베어 나눈다[八]는 뜻입니다. 그래서 '나누다, 분명히 하다, 분별하다'의 뜻으로 쓰이고, 척도의 단위로 쓰일 때는 '푼'으로 쓰이고 시간 단위로는 '분'으로 쓰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몫으로 마땅히 하여야 할 본분이라 하여 '직분'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자기 몫의 한도라는 '분수(分數)'의 뜻도 있습니다.
교우투분(交友投分)은 벗을 사귐에는 의기(意氣)를 나누고 투합(投合)해야 함을 말합니다. 이것은 의기를 나누고 의기가 상투(相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투(相投)는 서로 주고받음을 말합니다. 즉 서로 마음이 맞는 것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를 지음(知音)이라 합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여 친근한 벗을 이름합니다. 옛날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와 그의 악상(樂想)을 잘 이해하여 들은 종자기(鐘子期)와의 사이를 표현한 말이지요. 친구 종자기가 죽은 후, 자기의 소리를 알아 줄 이가 없음을 통곡하고 고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弦)의 고사는 지금도 심금을 울립니다.
교우투분(交友投分)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해 보면, 교우(交友)는 벗을 사귐을 뜻하고. 투분(投分)은 '내 몫을[分] 던진다[投]'는 뜻입니다. 친구를 사귐에는 이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던지는 것이죠. 그러니까 친구를 사귐에는 이익을 떠나 마음을 서로 잘 주고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친구간에 이익을 따져 내 몫을 차지 하려 한다면 마음이 맞겠습니까? 투분(投分)은 내 마음을 서로 내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친구는 서로 간담상조(肝膽相照)하듯 서로의 마음을 비춰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사분율(四分律)》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저기 널리 벗을 구해도 제 뜻에 맞는 자가 없을 때는,
홀로 제 마음을 굳건히 지녀 어리석은 자와 어울리지 말라.
여기저기 벗을 구해도 저와 같은 자를 구하지 못했을 때는,
차라리 홀로 선(善)을 닦을지언정 어리석고 악한 자를 짝함이 없도록 하라."
또,《숫타니파타》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잘 협조하며, 행실이 올바르고 영민한 동반자를 얻게 되면, 모든 재난을 극복하여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
그러나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잘 협조하며 행실이 올바르고 영민한 동반자를 얻지 못하면, 마치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듯이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걸어가라.
우리는 참으로 친구 얻는 행운을 찬양한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지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벗을 얻을 수 없으면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걸어가라."
뜻에 맞는 친구를 얻었을 때는 투분도 불사하지만 뜻에 맞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절마잠규(切磨箴規) 학문 덕행 갈고 닦아 서로 훈도 해야 한다.
절(切)은 칼 도(刀) + 일곱 칠(七)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七'은 '가로세로로 베다'의 뜻입니다. 그런데 '七'이 '일곱'을 뜻하게 되어 '刀'를 덧붙여 구별한 것입니다. 그래서 '칼로 끊다'의 뜻입니다.
칼로 물건을 끊을 때에는 정성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정성스럽다', 그런 마음으로 간절히 해야 하기 때문에 '간절히'의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뜻이 굴러 '절박하다. 중요하다, 진맥하다'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그리고 '切'은 '체'라고도 읽는데 이때는 '온통, 모두, 전부'의 뜻을 나타냅니다. '一切'은 '일절'이라 읽으면 안 됩니다. '일체'로 읽어야 합니다. 예전에 술집에서 '안주일절'이라는 문구를 많이 썼는데 잘못된 표현입니다. '안주일체'지요. 안주가 다 있다는 말입니다.
마(磨)는 돌 석(石) + 삼 마(麻)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그런데 소전(小篆)에는 마(麻)가 미ㆍ마(靡)로 되어 있는데 미ㆍ마(靡)는 '부수다'의 뜻입니다. 여기에 돌(石)이 합쳐져 '갈아서 으깨어 부수다', '맷돌'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것이 '갈다', 닳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잠(箴)은 대 죽(竹) + 다 함(咸)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함(咸)은 '한데 꿰매다'의 뜻으로 옷을 꿰매어 합치다의 뜻입니다. 옷을 꿰매어 합치는 것은 바늘입니다. 여기에 대 죽(竹)이 합쳐져 '대바늘'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웃을 꿰메면 바늘이고, 살에 꽂으면 '침'이 됩니다. 바느질을 하거나 침을 꽂을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바늘에 찔리면 아픕니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경계하다', '경계'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늘로 따끔하게 찌르듯 경계하는 '훈계'의 뜻입니다.
규(規)는 사내 부(夫) + 볼 견(見)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부(夫)'는 장부(丈夫) 곧 훌륭한 남자, '견(見)'은 식견(識見)을 뜻합니다. 이 뜻이 합하여 장부의 식견은 법에 맞으므로 규구(規矩)를 뜻하며, 나아가서 '둥글다', '헤아리다', '법' 등을 나타냅니다. 일설(一說)에는 '부(夫)'는 '시(矢)의 변형으로 , 화살을 돌릴 때 보이는 원형(圓形)의 뜻이라고 합니다.
절마잠규(切磨箴規)는 학문과 덕행을 갈고 닦고 바른 길로 가도록 서로 경계하고 훈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절마(切磨)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준말입니다. 이는 골각(骨角) 또는 옥석(玉石)을 자르고 갈고 쪼고 닦는다는 뜻으로, '학문(學問)과 덕행(德行)을 힘써 닦음'을 비유한 말입니다. 이를 '탁마(琢磨)'라고도 합니다. 장인이 물건을 만들 때, 절(切)ㆍ차(磋)ㆍ탁(琢)ㆍ마(磨)를 하려면 얼마나 정성을 다해야 하겠습니까? 바른 규격대로 자르고 갈고 쪼고 닦으려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 학문과 덕행을 닦는 일, 대도를 성취하려는 수행도 이와 같아야 할 것입니다.
잠규(箴規)는 '경계하여 바로잡음'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벗이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서로 경계하고 훈계하고 신칙(申飭)해야 함을 말합니다.
절마잠규는 진정한 벗이란 학문과 덕행을 닦고 선행을 권면하여 바른 길로 가도록 훈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 벗이 한눈을 팔거나 잘못된 길로 가려고 할 때는 따끔한 충고를 해서 길을 인도해야 합니다.
《논어(論語)》『계시편(季氏篇)』에서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유익한 벗이 셋이고 해로운 벗이 셋이다. 마음이 곧은 이와 벗하고, 성실한 이와 벗하며, 견문이 넓은 이와 벗하면 유익하다. 편벽한 사람과 사귀고, 아부하는 사람과 사귀며, 말을 잘 둘러대는 사람과 사귀면 해롭다"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偏僻 友善柔 友偏佞 損矣) 벗을 사귀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신중해야 합니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박학다식한 사람과 벗하면 이익이 되면 되었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격이 극단에 치우쳐 편벽되고, 겉과 속이 다르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변명하는 사람은, 사귀면 사귈수록 이익은 없고 손해만 입을 것입니다.
벗과의 사귐에는 신의가 바탕이 되어 맑고 향기로운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원광법사(圓光法師)는 화량들에게 오계(五戒)를 줄 때 교우이신(交友以信)하라고 설하셨습니다. 믿음이 바탕하여 의기를 나누고 의기를 투합할 수 있는 친구라야 진정한 친구일 것입니다. 그래서 벗의 사귐에 관한 사자성어가 많습니다. 관중(管仲)과 포숙아(飽숙아)의 관포지교(管飽之交)도 있고, 유비(劉備)와 제갈량(諸葛亮)의 관계를 표현한 수어지교(水魚之交)도 있고, 염파(廉頗)와 인상여(藺相如)의 고사가 있는 문경지교(刎頸之交), 두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하면 단단한 쇠도 끊을 수 있고 두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하여 말을 한다면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는 주역(周易)의 말씀에서 유래한 금란지교(金蘭之交)도 있습니다. 또,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좋은 벗과 향기로운 사귐을 뜻하는 지란지교(芝蘭之交)도 있습니다.
친구에 대해서 부처님께서는 수없이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도를 공부하는 사람을 도반(道伴)이라 합니다. 도를 공부하는 친구를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수행길의 도반은 도를 이루는 전부라 하실 만큼 도반의 존재를 중요시하였습니다.
《선생경(善生經)》에서 부처님께서 친구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벗이 된 자는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 그 벗들을 존경으로 대해야 한다.
다섯 가지란, 바른 마음으로 공경하며, 그 마음을 한하지 않으며,
딴 마음을 먹지 않으며, 때때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은혜의 두터움을 잊지 않음이다.
또 벗들쪽에서도 다섯 가지 일로 그 벗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두려운 일이 있으면 자기네에게 돌아오도록 하며, 방일을 자주 책망하며,
개인적인 비밀을 숨겨 주며, 공양을 더욱 낫게 하며, 말이 성실함이다.
이것이 벗의 사귐이니, 이렇게 하면 선법(善法)은 쇠하지 않을 것이다."
《인과경(因果經)》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벗 사이에는 세 가지 긴요한 일이 있다.
첫째는 과실을 보면 서로 깨우쳐 충고함이요,
둘째는 공덕이 되는 일을 보면 깊이 따라서 기뻐함이요,
셋째는 불행이 있을 때에 서로 버리지 않음이다."
<선생경>과 <인과경>의 말씀을 상고하면 교우투분(交友投分)과 절마잠규(切磨箴規)의 뜻이 여기에 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명심하고 명심할 일입니다.
끝으로 지관(智冠) 스님의 《신행일감(信行日鑑)》에 나오는 『고소경덕사법운법사무학십문(姑蘇景德寺法雲法師務學十門)》에 나오는 글을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폭풍우 철야를 휘몰아 쳐도 닭들은 새벽 알림 어기지 않고
찬서리 아무리 내린다 해도 송죽의 푸른 빛 변함이 없네.
어진 이의 우정은 이와 같아서
만나기 어려운 건 바로 이걸세.
風雨急而不轍其音 雪霜零而不渝其色 斯乃賢達之素交 歷萬古而一遇
풍우급이불철기음 설상영이불투기색 사내현달지소교 역만고이일우
우정의 신의를 굳게 지키라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