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웅재)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5.06.16|조회수171 목록 댓글 0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웅재)

 

금강산 구경은 계절별로 한 번씩 최소한 4번은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 이름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르다. 금강산(金剛山), 봉래산(蓬萊山), 풍악산(楓嶽山), 개골산(皆骨山)이 그것이다. 그런데 나는 개골산을 먼저 보았고, 다음번에 봉래산을 보았다. 개골산을 볼 때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만물상의 경관은 더할 수 없을 정도의 기기묘묘함을 만끽하였지마는, 그 눈 때문에 산길이 막혀 구룡연폭포는 보지 못했고, 여름철 봉래산을 찾았을 때에는 관절염 때문에 천신만고 끝에 구룡연과 면대하는 기쁨은 맛보았지만, 그 위쪽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서려 있는 상팔담(上八潭)에는 오르지 못했다. 언제 나머지 금강산과 풍악산의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을는지?

사람들은 여행을 하기 전 대부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사전 지식을 탐색해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종의 예습을 하는 셈이다. 그러한 예비지식을 가지고 현장을 여러 번 답사한다면 여행지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자지(自知)는 만지(晩知)고 보지(補知)는 조지(早知)는 말이 있다. 김삿갓이 전라도 화순 적벽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떤 서당에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들렀을 때 한 말이다. ‘혼자 스스로 알려고 하면 늦게 깨우치게 되고 서로 도와서 알고자 하면 빨리 깨우치게 된다.’ 여기서 자지(自知)’란 예습이라고 하겠다. ‘보지(補知)’? 그것은 복습에 해당하는 것일 게다.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나는 단연코 보지(補知)’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3 때 대학 입시공부는 바로 그 복습을 중시한 방법이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입시를 3개월쯤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서둘렀던 방법. 그것이 바로 복습 위주의 공부였다. 나름대로 엄선한 참고서를 준비해 가지고는, 모든 과목의 책을 남아 있는 3개월여 동안 4번 이상 읽도록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첫 번째는 한 달 반(45) 정도, 다음번은 20, 그 다음은 10, 또 다음은 5, 그렇게 절반 정도로 줄이고 줄이니, 80일 정도면 참고서 한 권을 4번 독파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고도 10일 정도가 남아서, 전체적인 정리까지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읽기의 경우, 어떻게 참고서 한 권을 5일 동안에 읽어 치울 수가 있을까? 책 읽는 방법이 문제였다. 첫 번째 읽을 때,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나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다. 두 번째는 그 밑줄 친 부분만 읽는다. 처음 읽으면서도 쉽게 이해되는 부분 따위는 다시 읽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니, 그런 식으로 읽으면 첫 번째의 절반 정도의 시간으로도 충분히 읽어낼 수가 있지 않은가? 그 두 번째에도 같은 방법으로 새로이 밑줄을 쳐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방법은 가장 여러 번 읽은 부분,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은 부분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요 제일 어려운 부분이 되는 것이니, 효과적이지 않을 것인가? 어디 그뿐이랴? 책 한 권을 나무로 친다면, 가장 최근에 읽은 부분이 뿌리요, 그 전의 것이 큰 둥치, 또 그 앞의 것은 가지, 그리고 처음 읽은 부분은 잎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나무 하나의 형상이 제대로 갖추어지게 되는 것이니, 제일 처음 읽은 부분에서 조금 알쏭달쏭한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전체의 나무 형상으로 보아 그건 아마 이럴 것이다라고 미루어 짐작해서 답안을 작성해도 정답에서 그리 멀어지지는 않게 되리라.

게다가 짧은 시간을 이용한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바로 복습이 아니던가? 1시간 정도의 학습량을 예습하기 위해서는 3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복습은 그와는 정반대, 3시간의 학습량도 1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무려 9배나 차이가 나는 방법이다.(이웅재, 수험번호 404번에다 점심은 빵 2개로, “기다림, 나의 고도는”,선우미디어, 2011.12. 참조)

조선시대의 선비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독수기(讀數記)를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글 사기백이열전113천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재호(齋號)를 억만재(億萬齋)라고 하였는데, 당시의 1억은 지금의 10만을 가리키는 것이니 실제 읽은 횟수는 113천 번이 되는 셈이다.(조선 후기의 화가로 正祖 御眞을 그릴 때 檀園 金弘道 등과 함께 참여하였던 兢齋 金得臣과 구분할 것.) 그는 백이열전뿐만 아니라 한유(韓愈)사설13천 번, 악어문(鰐魚文)14천 번, 노자전2만 번, 능허대기(凌虛臺記)25천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김일손(金馹遜), 노수신(盧守愼) 등도 다독의 대가들이다. 평범한 사람도 책 한 권을 한 200번 정도 읽으면 저절로 암송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 그 정도라면 어느 누가 그 글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해 온다 하더라도 자신 있게 답변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을 것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도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고 하였고, 공자(孔子)주역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지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고사를 남기지 않았던가? 읽고 읽고 또 읽어라. 최소한도 3번 이상의 복습을 할 일이다. ‘독서백편의자현이란 헛말이 아니다. (14.8.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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