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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쓰 여행반

[이재봉의 우리말 바로 쓰기] 15. 외래어 오용: 일본어 잔재 및 악영향 (2)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6.06.08|조회수46 목록 댓글 0

[이재봉의 우리말 바로 쓰기] 15. 외래어 오용: 일본어 잔재 및 악영향 (2)

 

지난주 음식.취사 관련 일본어 잔재 가운데 비후까스에 관해, “영어 ‘beef cutlet’은 일본인들이 쇠고기(beef)를 가리키는 소 ()’를 앞세워 우카쓰로 했음 직한데 비프비후로 발음해 비후까스라는 말을 만들어냈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지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강의하는 후배 교수가 10여년 전 일본에서 대학원 다닐 때 비후까스가 규카츠(カツ, 우까스)로 많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라고 알려왔다. 일본에서 일어학을 전공한 동료 교수도 그렇게 확인해주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선배 교사는 쇠고기로 유명한 고베나 구마모토 등 일부 지역에서 그런 경향이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아무튼 우리는 ‘beef cutlet’을 일본어 영향으로 비후가스비후까스로 쓰고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엔 비프가스를 올려놓고 비프커틀릿을 권장하고 있다.

셋째, 주택. 가정생활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꼽을 수 있다. 하꼬방(판잣집), 베니아(veneer.널빤지. 합판), 비니루(vinyl.비닐), 전구다마(백열등), 다이루.타이루(tile.타일), 뽐뿌(pump.펌프), 후앙(fan.환풍기), 곤로(화로.풍로), 미싱(sewing machine.재봉틀), 보단(button.버튼.단추), 도란스(transformer.변압기), 밧데리.받데리(battery.배터리.건전지), 도라이바(driver.드라이버), 바리깡(bariquant.이발기계), 쓰메끼리(손톱깎이), 기스(), 자부동(방석), 구리무(cream.크림), 아까징끼(mercurochrome.머큐로크롬.소독제), 옥도정끼(jodtinktur.소독제), 빠루(쇠지레.쇠지렛대), 도라무깡(드럼통), 바께쓰(bucket.양동이), 다라이(큰대야.물통), 뼁끼(paint.페인트), 니스(varnish.광택), 신나(thinner.희석제), 멕끼(도금), 뻬빠(사포).....

위에서 미싱은 앞에서 소개한 스뎅만큼 어이없는 말이다. ‘재봉(바느질)하는 기계라는 뜻의 ‘sewing machine’에서 정작 ‘sewing(재봉.바느질)’은 떼버리고 ‘machine(기계)’만 남겨 미싱으로 부르면서 재봉틀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내 이름이 재봉이라 내가 어릴 때 재봉틀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1950-60년대 웬만한 집엔 미싱이 있었으니 이게 모든 기계의 대표가 된 걸까.

도란스도 비슷하다. 영어 접두사 ‘trans’바꾸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transistor radio(트랜지스터 라디오)’, ‘translate(번역.통역.해석)’, ‘transfer(이전.전학.양도)’ 등에서 쓰인다. 요즘은 ‘transgender(성전환)’라는 단어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전압을 바꾸는 ‘transformer’에서 접두사 ‘trans’만 잘라 도란스로 부르며 변압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빠루는 이른바 나경원 빠루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그는 2019년 자유한국당(국힘당) 원내대표로 국회에서 사무실 문을 뜯는 빠루를 들고 난투를 벌여 빠루 나경원이란 별명까지 얻었고, 2025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그런데 빠루대신 국어사전에 표준말로 올라있는 쇠지레를 쓰면 알아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일본어 잔재가 그만큼 뿌리 깊다는 뜻이다.

넷째, 교통수단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다이야(tire.바퀴), 밤바(bumper.범퍼), 도라꾸(truck.트럭), 오토바이(motorcycle), 구루마(달구지), 리야카.니야까(rear car.손수레), 빵꾸(puncture.펑크), 부레키(brake.브레이크.제동기), 오라이(all right), 빠꾸(back.후진), 잇빠이.입빠이(가득), 만땅(가득), 엔꼬.엥꼬(기름 소진).....

위에서 오라이는 우리 삶의 애환이 담긴 말이다. ‘모두 괜찮다는 뜻을 지닌 영어 ‘all right’을 일본식으로 오라이라고 발음.표기한 건데, 버스 안내가 기사에게 출발을 알리는 말이었다. 내가 1960-70년대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다닐 때 등.하굣길 버스는 어디서든 콩나물시루 같았다. 이미 승객으로 빽빽이 들어찬 버스에 오르기조차 힘들었다. 겨우 버스 안에 발을 들여놓으면 차장이라 불린 어리거나 젊은 여자가 밀어 넣어주고, 버스 출입문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오라이라고 외치면 버스가 출발했다. 지금은 기사라 부르는 운전사가 일부러 급정거하거나 지그재그로 몰아 승객들이 휘청거리면 금방 오른 사람들에게 발디딜 틈이 조금 생겼다. 손에 든 책가방을 놓칠까봐 안간힘을 써도 내려보면 벤또(도시락)’가 일그러져 있기 쉬웠다.

여기서 차장이란 말의 한자가 차의 어른.대표를 가리키는 車長이 아니라 손바닥을 뜻하는 車掌이다. 손바닥으로 버스 출입문이나 근처를 치며 오라이라고 외쳤기 때문일까. 우스갯말도 있다. “버스가 무슨 힘으로 가냐?”는 물음에 연료.휘발유운전이 아니라 오라이라 외치는 차장의 힘이라는 게 말장난 수수께끼또는 넌센스 퀴즈의 정답이었다.

저술가 박강석 선생이 20263월 펴낸 이런 삶과 사랑이란 책 뒤표지에 내가 추천사를 실었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을 포함했다. “저도 즐겨 불렀던 유심초의 <사랑이여>에 숨겨진 사연 -가난한 버스 차장과 부잣집 대학생을 죽음으로 이끈 짧고 서글픈 사랑- 은 몹시 감동적이면서도 충격적이네요.” 이런 추억의 오라이라는 말이 요즘은 운전자가 차를 앞이나 뒤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차장아닌 누군가가 차 주위에서 외치는 말로 쓰이고 있으니 재미있는 현상이랄까.

요즘도 주유소에 가면 연료를 가득 채우다는 말 대신 잇빠이. 입빠이 넣다거나 만땅 채우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으니 좀 씁쓸하다. ‘엔꼬. 엥꼬라는 말이 일본에서는 차가 고장 나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는데, 우리가 연료가 떨어져 차가 못 가는 경우에만 쓰는 건 희한하다.

편집: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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