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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넘어 인문학

더불어 숲 독후감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2.06.15|조회수959 목록 댓글 0

<독후감>신영복 : <더불어 숲>

출판사 : 중앙M&B / 출판일 : 1998/6/29 / 페이지수 : 198

 

세기말, 새로운 세기 그리고 새로운 천년의 길목에서 신영복 교수는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출국이요 해외 여행이었다. 그의 표현대로, 그가 "태어나서 자란 조국 그리고 20년을 갇혀 있어야 했던 조국을 벗어나는 감회"는 남다른 것이었다(15쪽).

그는 스페인의 우엘바(Huelva) 항구로부터 시작하여 마라톤 평원, 인도의 갠지스강, 네팔 왕국의 수도 카트만두, 사이공과 도쿄, 만리장성과 아우슈비츠까지, 그리고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로부터 미(美) 동부의 보스톤까지 두루 방문하고 살피면서 역사의 현장을 스케치하고 문명과 문화의 숲 속을 거닐었다. 본서에서 신 교수는 세계 역사의 의미와 지향에 대해 근원적 의문을 가지고 지나간 시대의 유적과 유물 그리고 살아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이를 통해 그는 개인과 사회, 인간과 민족, 오늘과 미래에 관한 그의 생각과 느낌을 서간문의 담담한 문체를 빌려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본서를 읽은 후, 필자는 서너 갈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저자의 여정은 외부 세계와의 '직선적 대면'을 통해 싱싱한 의문을 갖는데 의미를 두었다. 그 대면은 하나의 충격일 수 있고, 따라서 신 교수는 우리가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저기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저것과 나의 대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54쪽) 저자는 세계의 이곳 저곳을 찾아가 그 곳에 담긴 과거와 미래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는 5백년 전 콜럼버스가 출항한 우엘바 항구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이 항구는 유럽이 지중해의 역사를 벗어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유럽 주도의 세계사가 시작되는 기점이기도 합니다. 콜럼버스의 출항은 본격적인 식민주의(植民主義)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16쪽) 뿐만 아니라 그 항구는 '세계화 논리의 출발 지점'이라고 말한다.

신 교수는 컬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이유를 궁구(窮究)한 후에, 개인의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 속에 엄청난 사회성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둘째로, 본서는 20세기를 살아온 '상처 입은' 한 엘리트 지식인의 눈으로 지구촌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틀어내고 있고, 특히 피로 얼룩진 '역사의 피라미드'를 고발하고 있다. 신 교수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남쪽 기슭에 에 있는 디오니소스 극장을 찾아갔다. 그 곳은 그리스 비극의 대부분이 상연된 곳이다. 그리스 비극은 "부단히 재창작되고 재해석되어" 왔다(38쪽). 저자에 의하면 그리스 비극은 신과 영웅과 왕들에 대한 저항 의지를 결의하는 '시민 철학의 대장간'이었다. 따라서 그는 디오니소스 극장을 "삶의 현장에 구조화되어 있는 빈부와 성과 계급간의 갈등이 키워 온 갖가지 소이(小異)를 대동화(大同化)하는 용광로"(40쪽)로 해석한다.

소위 '마지막으로 보아야 하는 도시'인 로마를 방문한 저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문화 유산 가운데 그 40%가 로마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가 결코 간과 할 수 없는 것은 로마는 로마인의 힘만으로 건설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피정복민의 피땀과 재물로 건설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동서고금의 어떠한 제국의 건설도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134쪽).

또한 만리장성을 바라보며, 장성을 당시의 심정으로 읽는다는 것이 어차피 불가능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그 많은 벽돌 한 장, 한 장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노역에 몸서리치며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만리장성은 그 속에 담고 있는 무수한 희생으로 하여 우리들이 수천 년 동안 골몰해 왔던 역사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강대한 제국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을 부리며 매진해 온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역사를 보여줍니다"(87쪽). 저자는 만리장성을 내려오면서, 그 장성이 예방전쟁(豫防戰爭)의 역할을 수행한 방벽(防壁)이라는 사실에서 한 가닥의 위로를 얻는다.

셋째로, 신 교수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적지 않은 통찰을 주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내게 가장 정직한 사랑의 방법을 묻는다면 나는 '함께 걸어가는 것'이며, '함께 핀 안개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63쪽).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에 최후까지 끼어들어 끈질기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열등감과 오만이다. 이것은 합리적인 판단을 가장 심하게 왜곡하는 자의식이다. 신 교수는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들에게는 백인들에 대한 열등감이나 인디오에 대한 우월감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신 교수는 "혁명이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미지의 작업"(127쪽)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를 위해 먼저 요구되는 것이 '인식의 혁명'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과정이 상품화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온 현대 자본주의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망연해질 뿐이라고 한다.

끝으로, 책머리에서 시인 고은이 언급하고 있듯이 본서에는 '고금을 오고간 지식의 오랜 섭렵'이 나타나있다. 이는 그의 폭넓은 독서를 반영해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열거한다면, 본서에서 독자는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함께 <주홍글씨>, <백경>, <분노의 포도>, <말콤 엑스>를 만날 수 있고, 네루의 <옥중서간집>,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박지원의 <양반전> 그리고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독서 여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신영복 : <더불어 숲> |작성자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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