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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넘어 인문학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독후감(최정란)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22.06.24|조회수332 목록 댓글 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독후감(최정란)작가: 레프 톨스토이

 

나는 비판적이기보다 순응적인 인간이다. 주입식 교육의 영향도 크겠지만 사실 몸을 쓰는 만큼이나 사고하는 일에 게으른 탓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하는 일에 서투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곧잘 작가의 의도대로 따라가는 나를 느끼곤한다. 그런데 분명히 오래 전에 읽으면서 '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구나, 착한 동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 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는 동안 나는 자꾸 반발심이 생기고, 가슴이 갑갑해지면서 급기야 슬 짜증이 났다.

이 책에는 1880년대 당시 종교가 민중과 유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톨스토이가 민중에게 기독교적 윤리관을 이해할 수 쉽게 전달하고자 쓴 10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형식의 특성 상 쉽고 간결한 표현으로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웃에 대한 실천적인 돌봄을 강조하고 개개인의 변화로부터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앞의 상대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탐욕과 탐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지는데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선행실천을 강조하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두 노인>을 읽으며 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느껴졌다. 개인의 행동으로 구제할 수 있는 가난과 어려움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나 국가에서 그에 대한 정치적 방안을 수립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있다. <바보 이반>은 세상을 너무 단순한 게 그렸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한다고 느껴졌고 톨스토이의 비폭력무저항 주의가 드러나는 <촛불>과 <대자> 를 읽는 동안엔 과연 인내와 비폭력 불복종이 악한 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우리 사회에서 유효한 대응책인지 생각해 보았을 때 확신할 수 없었다.

물가에 가는 어린아이를 보면 누구나 달려가 그를 구해 낼 것이니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다 하던 성선설을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아동학대를 비롯한 온갖 끔찍하고 흉칙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가 착한 마음으로 살면 복이 오고 세상도 밝아지게 되어있다"는 톨스토이의 동화가 그대로 교훈이고 희망이긴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처럼 순응적인 인간조차 착하게 살자는 동화를 읽고서도 마음 편안히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우리의 오늘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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