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요, 바람이었던 토끼이빨님께

작성자최가온|작성시간26.06.16|조회수38 목록 댓글 2

내 남편은 빵떡처럼 둥근 선한 얼굴에 웃으면 앞니 두 개가 토끼처럼 귀엽게 튀어나와
별명이 토끼이빨이다.
신혼 초에 세상 착하고 다정하고 남에게도
너무 잘 하는 사람이라서 평생 힘들지 않게
내 맘대로 다 이겨먹는 편한 삶을 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웬걸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토끼이빨 씨는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님을
알게되었다. 나를 바람과 해로 서서히 조련하
는 인생 조련사가 되어갔다.
남편 핸드폰에 나는 '황후마마'로 당당히 저장되어 있지만 40년 지기 남편 친구들이 놀린다. 저장된 나의 이름을 '살아있는 리모컨' 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잘 못 쉬는 바쁜 건설회사
에 다니는 남편이 안스러워 힘들까봐 그 시대
아내들이 보통 그렇듯 독박육아를 하며 효자인
아들을 대신하여 서울에서 대전에서 광주 시댁으로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엄한 시어머니 밑에서 제사, 명절, 시댁 행사를 열심히 치렀다. 퇴근해 집에 오면 소파와 침대에 한 몸이된
지친 육체와 영혼을 위해 우리애들 하는 말로 손가락 까딱않는 호텔급 케어서비스를 제공했다.
물 한잔도 배달해주고 시간별로 간식과
과일 종류를 달리하여 3회 제공 등등.
그런데 그런 빡세고 바쁜 일상을 기꺼이 견뎌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항상 고맙다, 당신 덕분이다" 진심이 담긴
그 말 한마디의 온도는 해처럼 따뜻했다.
그 온기는 꽁꽁 싸맨 나의 고단함과 지침, 서운함과 원망까지도 천천히 녹여내며
마음을 풀어주었다.
나의 바람인 토끼이빨 씨는 귀가 얇은
듯하면서도 고집이 제법 세다
처음에는 "그래, 그래. 당신이 알아서 해"
하길래 정말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해맑게 웃으며 내 의견을 다
받아주는 것 같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느새 자기 주장을 슬며시 관철시키는 솜씨
가 수준급이었다.
보통은 내 말을 잘 듣는 것 같지만, 중요한
일에서는 이리저리 물길을 돌리듯 결국 자기
뜻대로 만들어 놓는다. 그 사실을 나는 결혼
3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토끼이빨 씨는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웃음 뒤에 단단한 고집과 지혜를 숨기고 있는
꽤나 노련한 승부사였다.
나의 해요, 바람이었던 토끼이빨 씨!
당신이 있어 항상 감사해요.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잘 살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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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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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eehan202 | 작성시간 26.06.16 아.
    재밌다~
    항상 위해주고 잘했다 잘했다해서 예스맨인줄 알았는데 그랬군요.
    그래서! 일등남편입니다.
    토끼이빨이 돋보이는 백현님,
    좋아합니다~
  • 작성자취원 | 작성시간 26.06.16 진즉 노련한 지혜꾼인줄 알았지요. 아내를 섬세하게 위해주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더군요. 백현 님이 평상시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요. 서로 아끼고 살펴주고, 아름다운 부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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