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노래를 듣는다는 건,
그 노래 안에 잠시 머물다 오는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그 노랫소리에 살게'된
순간이 있었으니, 나에겐 그 노래가
바로 싱어송라이터 하현상님의 노래였다.
그의 언어와 음악은 그 밀도를 통해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한 방식으로 위로한다.
공지된 바와 같이 19시 30분 정시에
악동뮤지션님의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하현상님의 스페이스 공감 무대.
영화 <듄>을 모티브 삼아 꾸며졌다고.
단편적으로는 <불꽃놀이>도 생각나고
<New Boat>타고 <비행>하는 기분도 들고
<Navy Horizon>의 수평선 너머의
푸른 빛도 생각나는 오묘함이라 좋았다 ~
무대를 함께 꾸민 밴드 세션 선생님들.
드럼에 배도협, 베이스에 최우정, 기타에
송현종 MTR에 박재홍(나이브), 그리고
키보드와 신시사이저에 김민서. 👍🏻
입장하자마자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무대와 좌석 간격이 좁았던
EBS 스페이스 공감 스페이스홀.
얼마나 가까웠냐면 기타를 연주하는
소리와 기타를 물리적으로 두들기는
소리가 함께 섞여서 들렸을 정도. 어후.
하현상님도 침이 튀지 않았냐고
공연중에 몇번이나 걱정하셨다. ㅋㅋ.
평소 아무리 티켓팅과 취켓팅을 잘
줍줍해도 이렇게 가까이서 하현상님의
공연을 본 적이 없었던 바. 민망해서 눈이
마주치면 바로 뒤 +++s만 쳐다보기도
방송 촬영이다 보니 지미집?도 수시로
돌아다니며 긴장감을 줘서 이 환경에서
노래 부르고 멘트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가수들에게 정말이지 경외감을 느꼈다.
흐릿하게 성공한 글로소득자가 되어서
유퀴즈에서 내 책에 영감을 준 노래로
하현상의 <어떤 이의 편지> 소개하는 꿈을
꿨었는데 다음 생에 이뤄보겠습니다.
한편 2023년 8월,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가 떠오를 정도로 여전히
예가 어린 채 긴장해 계시던 하현상님은
말씀처럼 신기하게 통기타곡 <허밍버드>와
<와와>를 연주하시곤 긴장이 풀리시더라.
관객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깊어지고
무엇보다 무대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
특유의 유서깊은 지역 호구조사도 하며
가뜩이나 좁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참, 스페이스홀에서 스탠딩 공연도
한다 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는데,
하현상님께서 <까만낮>부터 일으켜
세워주신 덕에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좌석 간격이 협소해서 개인 짐 겨우겨우
내려놓을 수 있는 정도였는데 의자가
접히니 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더군요.
스페이스홀이 소극장처럼 작은 공간이라
그런지 공영방송의 훌륭한 👍🏻 음향 시스템
덕분인지 들어본 것 중 제일 황홀하게
뿅뿅거리는 <까만낮> 밴드 합주였다.
평소와 달리 후렴구 'set me free ~
don't you know' 떼창 유도로 시작한
<오디세이>는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장의 특징을 활용한 현명한 전략.
일어선 채로 방방 뛰느라 + 조명에
땀이 뻘뻘 났지만 무척 즐거웠다. 최고.
스페이스 공감을 위해 준비된 편곡인지
평소보다 길게 연주된 <등대> 기타솔로.
응원봉 불빛, 핸드폰 플래시와 함께해
낭만 있던 <+++> 또는 <심야영화> (*기억×)
모든 공연이 끝나고 단체사진 촬영과
기타 피크 던지기(?) 이벤트도 있었다.
분위기가 과열되어서 가위바위보까지
갈 뻔했는데 제작진께서 알잘딱깔센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주셔서 행복한 마무리.
이번 공연을 관람하며 지난 2024년,
노들섬에서 열린 스페이스 공감 전시에서
하현상의 <어떤 이의 편지>를 추천하던
날이 떠올랐다. '무대는 영원을 공연한다.'
공연장이라는 공간은 실로 오묘하다.
몇 시간짜리 허구를 기꺼이 용인하는,
아름다운 약속이 이루어지는 곳.
사람과 노래를 사랑하는 취미에는
환상이라는 옵션이 딸려있게 마련이다.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정제된
환상을 만나러 우리는 그곳에 간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어둠 속에서 마른
침을 삼키며 기대를 공유하는 관객들,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비처럼 쏟아지는
조명으로 눈앞이 아득해지는 설렘.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묶여서 몇 초간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희귀한 초월감.
오래된 즉흥이자, 계획된 우연의 즐거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만난대도
복원할 수 없을 그날의 공기와 감촉이 있다.
오늘 공연 중 시간, 눈물, 사랑처럼
아름다운 것들에는 '흐른다'라는 동사가
수식된다는 멘트가 기억에 남았다.
얼마 전 가수 하림님을 만나 전해들은
얘기라며 그 감상을 공유해 주셨는데,
그가 노래하는 노랫말처럼 과거와 미래
분류하기를 멈추고 '또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아, 하현상의 노래는 흐르는구나.
사실 저 멘트를 들을 당시에는 하림님을
만나셨다는 사실에만 포인트가 가서
작년 <화분>처럼 리메이크 곡이 나오나!
아님 유튜브라도 찍었나!라는 굉장히
사리사욕적인(?) 생각뿐이 안 들었는데,
무대의 여운을 곱씹을수록 참 아름답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흔히 붙이는 동사
'빠지다'에 분명한 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처럼, 어쩌면 사라지기에 사랑한다.
언젠가 콘서트에서 '사라짐이 있기 때문에
더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공연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사라짐. 관객은 사라짐의 목격자가 되어 영영
혼자만 알아볼 여운을 안고나서게 된다지만,
무대는 영원을 공연하니까. 미래를 품고 있는
과거는 사라지지 않을 과거가 될 테니까.
흐르는 하현상의 노래와 함께
6월의 지금 이 순간들을 즐겨야겠다.
슬픔 너머의 아름다움을 찾아
위선이 아닌 위로를 건네주는 98년생
호랑이띠의 자랑 하현상님,
콘서트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기쁨을 전하는 음악을 들려주세요.
저도 제 자리에서 직접적이고 담백한
가수님의 노래에 공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
더하는 글,
표가 2매라 새로운 출발을 앞둔 지인을
데려갔는데 밴드는 검은색 옷 안입으면
무대에 못 오르냐고 순수하게 물어보네요
ㅋㅋㅋㅋㅋㅋ😂 오해가 생겨버렸다,,
방송일까지 후기 유예하고
기다리려다가 방청과 방송사이 텀이
꽤 있는 것 같아 + 무엇보다 제 기억력을
자신하지 못해서 후루룩 남겨요.
그나저나 대장, 농사지으시며 새참 잘
챙겨드시는거죠~? 부디 늘 건강하십쇼.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둘리 작성시간 26.06.07 대장을 항한 진심어린 사랑과 어마어마한 필력이 어우러진 최고의 리뷰!👍
감동의 도가니 였습니다ㅠㅠㅠ -
작성자잠잠순이 작성시간 26.06.08 후기 감사합니다. 방청 다녀오셨다니 부럽습니다. 좋은 기억들 많이 남기고 오신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저도 행복하게 방송나올 날 기다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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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현빛 작성시간 26.06.08 진심어린 후기 잘 봤어요...!! 너무 고마워요 역시 글 너무 잘 쓰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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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대희 작성시간 26.06.08 저도 마치 공연장에 갔다 온 듯한 느낌을 받았네요 ㅎㅎ 후기 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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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만쥬먹고싶다 작성시간 26.06.08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특히 몇시간 짜리 허구를 용인하는 약속이 이루어지는 곳이 공연장이란 글귀가 되게 인상 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