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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코끼리(김재영)

작성자최명주|작성시간16.03.02|조회수16,904 목록 댓글 0

코끼리(김재영)

요약
2004년에 발표된 김재영의 이 소설은 외국인 노동자 2세인 소년의 시선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코끼리’는 한국 사회에서 낯선 타자로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작가 김재영 (1966년 ~)
발표 2004년
장르 현대소설
종류 단편소설
선정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2005년 ‘올해의 문제소설’ 선정, 작가들이 뽑은 ‘오늘의 소설’ 선정

작품해설

 

‘코끼리’는 한국에서 낯선 타자로 살아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이것은 네팔인 아버지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버지는 네팔에서는 천문학을 전공한 엘리트이지만 한국에서는 그저 민족적·인종적 차별을 받는 최하층 노동자 계급에 불과하다. 힌두교 신화 속 코끼리는 신들의 왕 인드라를 태우는 구름이고 우주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네팔인 아버지 역시 구름보다 높은 히말라야에서 태어났지만 현재는 도시 변두리 공장에서 고단한 노동으로 살아간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최하층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은 바로 이러한 코끼리의 형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2세인 ‘나’ 역시 태어난 곳은 있지만 고향은 없는 존재이며 살아있지만 태어난 적이 없는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보다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학교에서 일상적 차별에 시달리고 심지어 한국인과 같은 피부를 갖고 싶어 탈색제를 풀어 세수를 하는 ‘나’의 모습을 통해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체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서사적 특징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들 역시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적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왔지만 그들이 겪어야 하는 삶은 도시 최하층 빈민의 삶일 뿐이다. 손가락이 잘리고 비인간적인 차별 속에서 신음하는 그들의 삶은 빈민층의 소용돌이, 즉 ‘외’에 빠져버린 것으로 묘사된다.

등장인물

 

나(아카스) : 열다섯 살. 네팔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 마흔 살의 네팔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네팔에서 천문학을 공부했지만 한국으로 와서는 전구 공장과 상자 공장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어머니 : 조선족 여인. 외국인 노동자와의 힘든 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다.

: 네팔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공장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비재 아저씨 : 외국인 노동자. 막내아들의 심장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힘겹게 모아놓아 돈을 함께 지내던 알리에게 도둑맞고 실의에 빠져 지낸다.

알리 : 파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비재 아저씨의 돈을 훔쳐 달아난다.

줄거리

 

네팔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아스카)는 돼지 축사를 개조한 쪽방촌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바람이 나서 도망갔고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쪽방촌에는 이들 부자 이외에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러시아,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어느 날. 옆방의 파키스탄 청년 알리는 비재 아저씨가 아들의 수술비에 쓰려고 모아둔 돈을 훔쳐 달아났다.

‘나’는 쪽방촌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모두가 ‘소용돌이’를 뜻하는 미얀마 말인 ‘외’에 빠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심한 차별을 받는다. 한국인처럼 얼굴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탈색제를 풀고 세수를 하다가 아버지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네팔 출신인 쿤은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리고 ‘나’는 쿤의 잘린 손가락을 감나무 밑에 묻어준다.

아버지의 마흔 번째 생일날 아버지는 야근을 하고 ‘나’는 아버지에게 네팔 음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동네 슈퍼를 찾는다. 동네 슈퍼 평상에 모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날 밤 ‘나’는 비재 아저씨가 노랭이의 돈을 빼앗는 광경을 목격한다. 인도 아저씨인 노랭이는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 다음 날 귀국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소용돌이 같은 ‘외’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환상처럼 본다.

작품 속의 명문장

 

머리카락이 빠져 정수리가 훤한 필용이 아저씨는 손사래 치며 취한 목소리로 말한다. “염병, 그만들 해라. 니들 쏼라대는 소리 땜에 내가 꼭 넘의 나라에 와 있는 거 같잖여. 니들, 이 나라가 워떻게 오늘날 여기꺼정 왔는줄 아냐? 옛날에 내가 공장에서 일할 땐 손가락은 유도 아녔어. 팔뚝이 날아가고 모가지가 뎅겅뎅겅했으니까.”(중략)

“첨엔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들이라 멋모르고 일했지. 하긴, 먹고살기 힘들 때였으니까. 인제 한국 놈들은 이런 데서 일 안 혀. 막말로 씨발, 험한 일이니까 니들 시키지 존 일 시킬려고 데려왔간?”

옛날이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술기운이 돌아서인지 아저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그대로 안전장치는 해줘야죠.”

세르게니가 오징어를 물어뜯으며 말한다.

“늬들도 자르면 피 나오고 누르면 똥 나오는 사람이다, 이거냐? 웃기는 소리들 마. 한국 놈들한테도 안 해준 걸 늬들한테라고 해주겠냐? 아니꼬우면 돌아가. 젠장, 어차피 늬들도 꾹으로 돌아가서 공장 차리고 사장되려고 여기 왔잖냐. 노동자들을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 눈 똑바로 뜨고 배워 가. 다 산 교육이여.”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인인 ‘필용이 아저씨’와 대화.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적 시선을 ‘필용이 아저씨’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한국 사회에 고질적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눈꺼풀 안쪽으로 은색 코끼리 한 마마리가 나타난다. 구덩이에 발이 빠진 코끼리는 큰 귀를 펄럭이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뒷다리는 점점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구덩이는 삽시간에 시커먼 늪으로 변하더니 뭐든 집어삼킬 태세로 거세게 휘돌아간다. 아, ‘외’다. 현기증이 일도록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외······.’코끼리는 맥없이 빨려 들어간다. 미처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눈앞이 온통 까맣다.

비재 아저씨가 같은 외국인 노동자 ‘노랭이’이의 돈을 빼앗는 장면을 목격한 ‘나’는 환상처럼 코끼리를 보게 된다. 코끼리가 소용돌이에 빠져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장면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차별과 편견을 상징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작품읽기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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