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보람으로 이어지는 분주한 움직임
2026년 6월 17일 수요일
음력 丙午年 오월 초사흗날
오늘은 식물원에 나가지않고 교육이 있는 날,
교육장소가 인근 장평이고 9시반 시작이라서
아침이 여유롭다. 그뿐만아니라 날씨예보에는
오후부터 내일 새벽까지 비소식이 있어 좋다.
이곳 설다목 산골은 가끔씩 소나기가 지나가는
바람에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소나기와 비는 국지성이라서 같은 고장이라도
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전혀 내리지않는 곳이
있다. 가뭄이 심해 농부들 마음이 말이 아니다.
제발 비소식이 빗나가지 않고 흠뻑 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침 기온은 11도에 머문다.
어제는 한낮 더위가 꽤나 심했다.
무려 29도, 다른 고장은 30도를 넘었다는데...
이래서 한낮 더위를 피해 아침, 저녁에 일한다.
잡초와 씨름을 하는 일상은 어제도 이어졌다.
옥수수 밭가에 심은 완두콩, 지금 한창 덩굴손
뻗어가며 잘 자라고 있는데 주변에는 잡초가
볼썽사납게 기승을 부리고 있어 호미를 들고
나섰다. 겨우 밭고랑은 2개뿐인데 통행로쪽은
풀을 캐지않고 예초기로 이따금씩 밀어버리는
곳이라 완두콩 심은 이랑에 맞닿아 시간이 배
이상 더 걸린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햇살이
퍼지고 그늘이 없어지는 아침나절까지 잡초와
씨름하여 두 이랑을 말끔히 정리했다. 이렇게
잡초 잡고나면 촌부는 눈에 거슬리던 밭고랑이
깔끔해 좋고, 완두콩과 옥수수는 방해꾼 없어
좋을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말은 바로
이럴때 알맞는 말이지 싶다.
기왕 풀하고 씨름을 시작했으니 한군데 더...
현관 입구와 장독대 앞쪽 꽃밭에 물봉선이 너무
촘촘하게 자라 마치 지피식물(地被植物) 처럼
다른 야생초가 자랄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덮고
있어 모조리 뽑아버렸다. 이 꽃밭에는 꽃양귀비,
수레국화가 자라야 하는 곳인데 물봉선 때문에
잠식이 되었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봉선을 다 뽑고보니 수레국화는 보이지 않고
꽃양귀비 몇 그루 뿐이다. 휑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냥 놔두었다가 늦가을에 꽃밭을 다시 다듬어
씨앗을 뿌려놓아야겠다.
오후에 아내가 학교에 나가기전 또하나의 일을
시작했다. 네 군데의 처마끝 물받이 청소였다.
며칠전 단시간에 소나기가 퍼붓던 날, 물받이에
낙엽이 쌓여 막혔는지 물이 넘치는 것이 생각나
긴 사다리를 세워 올라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팥배나무 열매와 낙엽이 물받이에 한가득 쌓여
빗물이 흘러내려가지 못할 정도였다. 퇴적이 돼
밑은 진흙처럼 변해 고무장갑을 끼고 모두 긁어
냈다. 지난 봄에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청소를
했는데 그새 또 쌓인 것이다. 데크쪽의 높은 곳은
긴 사다리 끝에 올라서야만 청소를 할 수 있기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라서 조심조심 해야했다.
장마철 대비 하나를 제대로 해치웠다고 할까?
저녁식사후 해질녘,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밭에
물주기를 했다. 오늘 소나기 소식이 있긴 했으나
자주 빗나가는 날씨예보라서 믿을 수가 없으니
조금 힘이 들더라도 목말라하는 채소들을 위하여
물을 주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 호스를 연결해
마치 비가 내리듯이 듬뿍, 흠뻑 젖을 만큼 주었다.
농사는 농부의 정성이 반이란 그 말을 실천했다고
할까? 오늘 예보대로 비가 오면 좋겠지만 안와도
물을 듬뿍 주었으니 우리 채소들은 주인 잘 만나
괜찮으리라 여겨진다. 그렇긴 해도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