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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 어버이날

작성자김정아|작성시간26.06.18|조회수31 목록 댓글 0

 

 

 

 

 

2026년 5월 8일

추억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 - 어버이날

 

 

작은아들이 카네이션 화분과 예쁜 브로치를 선물로 주었다. 유치원 다닐 때는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들고 와서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이렇게 다는 거래.”하면서 가슴에 달아주었다. 색종이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조금은 멋쩍으면서도 가슴이 먹먹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요즘은 종이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자랑스럽게 거리를 오가는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러스트 강의를 마치고 작은아들이 꽃을 사러 나간다. 오전에 장난처럼 “어버이날인데 꽃을 사주나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아들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해마다 잊지 않고 희귀한 꽃을 사주는 아들이다. 할까 말까? 속으로 몇 번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추억을 쌓는 일이 더 소중하니 장난처럼 슬쩍 던졌다.

 

큰아들에게 아버지랑 저녁에 만나서 식사라도 하라고 전화했다. 아들과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가 근무하니까 퇴근 후에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버이날이니까 아버지가 좋아하는 코다리찜을 함께 먹으라고 했다. 아들이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하는데 약간은 서운했다. 전화를 드린다고 하지만 그냥 섭섭했다.

 

“나이 들면 다 서운해” 장난처럼 웃었지만, 솔직한 심정은 서운했다. 용돈은 생각지도 않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하루 만에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꽃이라도 아버지 회사로 보내든가 저녁에 식사라도 하자고 하면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내 생각인가 보다. 아들은 “다음에 대구 내려갈 때 선물 사 갈게” 하면서 “매주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쪼들리네.” 하면서 미안해한다. 사정이야 알고도 남는다. 괜히 그런 말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버이날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자식으로는 키우지 않았다.

 

가족이 무엇인가. 남들보다 못하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어버이날을 기억해 주고 마음을 전해주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이런 섭섭한 마음도 잠시다. 아직 미숙한 부모 노릇에 어리광을 부렸다. 큰아들은 생각이 깊다. 무심한 것 같아도 슬쩍슬쩍 챙기는 멋쟁이다. 어쩌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는 철부지 ‘시인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겠지만, 한 번도 무안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냥 하루를 시처럼 살고 싶은 철부지 엄마의 투정이라고 생각해주기를.

 

작은아들이 카네이션을 사러 나갔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근처 꽃 카페에서 산다고 했는데 멀리 나간 모양이다. 괜히 꽃 이야기를 했나, 잠시 후회도 되었지만, 그래도 챙겨주면 행복할 것 같았다.

 

해마다 챙겨주는 아들이라 서운한 적은 없다. 카네이션 화분과 선물을 사 들고 중학생 얼굴

들어오는 아들을 꼭 안아주었다. 서울에 있는 아버지께는 엽서를 써서 문자로 보내주었다. 아들만 둘이면 하나는 딸 노릇을 한다더니 맞는 말이다.

 

남편과 큰아들이 서울에서 근무한다.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지내지만, 작은아들이 엄마 곁에서 친구처럼 연인처럼 함께 지내고 있다. 어려서는 몰랐는데 성인이 된 아들은 든든한 친구이자 연인이다.

 

 

 

진주색 클로버 브로치를 사 온 아들 감성이 너무 맑다. 일러스트 작가의 따스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들이지만, 한 청년으로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것은 성실함과 끝까지 견뎌내는 인내심이 자식이지만 존경스럽다. 정답이 없는 예술의 길을 묵묵하게 걸으면서 지치고 힘든 시간도 있을 텐데 잘 견디고 버텨내면서 걸어가는 한 청년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보낸다.

 

분명 멋진 작가가 될 것이다. 조금 늦어도 된다. 평생을 행복한 작가로 살아가면 된다. 세상과 소통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엄마는 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나의 아들이자 젊은 친구에게 끝없는 신뢰와 응원과 위로와 사랑을 보낸다.

 

힘들고 지칠 때는 언제나 기대고 쉴 수 있는 둥지가 있으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언제나 아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우리 아들이 멋진 작가로 행복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엄마에게는 더없는 친구가 될 것 같아서 미리 고맙다.

 

아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저녁에는 외식했다. 하양 읍내 일식집에서 멋진 저녁을 함께했다. 아들과 함께하는 외식은 의미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하고 든든하고 행복하다.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20여 분 가다보면 하양 읍내가 나온다. 대학이 몇 개 있어서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젊음의 거리는 생기가 넘치고 음식도 젊어서 좋다. 엄마를 젊게 만들어주는 아들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자그마한 가게에서 색다른 요리를 먹는 시간이 일본을 여행하는 듯한 독특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장난감처럼 사랑스러운 하얀 미니 얼음박스며 알록달록한 스티커로 꾸민 노란 미니 냉장고가 나의 감성에 딱 들어맞아 눈길을 떨 수가 없다. 손님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30분이 넘었지만 지루하지가 않았다. 테이블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소녀들의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누가 보아도 운동하는 건정한 학생들의 혈기왕성한 식성이 나의 기다림의 허기를 부른다.

 

하늘색 셔츠에 청바지를 단정하게 입은 청년이 앞에 앉아 있다. 나의 아들임이 자랑스럽다. 참으로 잘 커 줘서 고마운 청년이다.

 

엄마랑 특별한 시간에 함께 해주는 아들이 참으로 고맙다. 지나간 시간이 사진처럼 찰칵찰칵 찍혀서 지나간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하면서 목이 터지라 부르던 어느 가수의 노래가 귓전에 맴맴 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읍내 거리를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다. 길가 은행나무처럼 싱그럽다. 어둠이 스멀스멀 찾아드는 시간에 시내버스에 아들과 엄마가 나란히 앉아서 창밖의 풍경에 마음을 적신다. 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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