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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꽃

작성자김정아|작성시간26.06.18|조회수21 목록 댓글 0

2026년 5월 17일

열무꽃

 

 

2주 만에 시골집에 갔다. 홍매화 나무가 풍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면서 반겨준다. 제법 근육이 단단해진 홍매화 나무는 청년의 모습이다. 수백 개의 앙증맞은 열매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 올해는 매실주를 담가 볼까, 생각중이다. 작년에는 매실이 적게 달려서 예쁜 유리병 하나에 설탕과 함께 재워놓았다. 벌써 1년이 되어간다. 홍매화 나무가 첫 번째로 선물한 매실청이다.

 

텃밭이 꽃밭으로 변했다. 열무가 그사이 꽃을 피우고 있다. 연보랏빛 열무꽃은 시골 아침을 닮았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열무꽃 앞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풍경 앞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다.

 

어쩜, 어쩜 이리 곱더냐! 너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너를 알기 전에는 어찌 살았단 말인가. 내 삶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가 너를 만난 것이다. 혼자 시 한수를 중얼거린다.

 

상추와 얼갈이배추를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 보름 전, 한차례 뽑아서 시댁형제들과 앉은뱅이 밥상에 둘러앉아서 커다란 양푼에 상추와 얼갈이배추를 넣고 들기름을 두르고 쓱쓱 비벼서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그사이 소복하게 상추가 자랐다. 열무는 이제 꽃이 피어서 다 뽑아내야 한다고 한다. 속으로 ‘저 꽃은, 저 꽃은’ 하면서 아쉬움을 감추고 있었다. 일찍 뽑아내면 시드니까 최대한 집에 갈 시간에 작업하자고 졸랐다.

 

열무꽃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침햇살에 열무꽃이 생글거리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를 뽑아야 한다기에 아쉽지만, 사진에 담아두려 해.” “고마웠어,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해줘서.” 못내 아쉬움을 누르고 열무꽃을 꺾어서 시골집 최고의 명품 화병인 노란 양은 주전자에 소복하게 꽂았다. 시어머님이 사용하시던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오늘도 혼자 감탄한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사랑스럽다. 시어머님이 쓰시던 양은 주전자에 철마다 피는 들꽃이랑 채소꽃을 꽂아놓고 즐긴다.

 

신랑이 상추를 솎아놓으면 각시는 하나하나 손질한다. 이번에는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상추와 쑥갓 얼갈이배추랑 오이를 챙겨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시골에서 우리가 직접 키운 채소니까 조금은 어설프게 키운 채소지만 주고 싶었다. 깔끔하게 일일이 손질해서 박스에 넣었다. 씻기만 하면 되게끔 미리 마음을 썼다.

 

 

채소를 손질하다 보면 가끔 달팽이 친구가 등장해서 놀라기는 하지만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시골에서 텃밭 농사를 짓기 전에는 이웃에서 상추를 한 보따리 주면 싱크대에서 상추를 씻다가 달팽이가 나와서 기겁을 한 적이 더러 있었다. 그 와중에도 막내아들이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유리병에 담아서 상추를 한 잎 뜯어서 넣고 베란다 우수관 옆에 살게 했다, 다음 날 달팽이는 유리병 집에서 탈출해 베란다 화분에서 자라는 상춧잎에 숨어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살고 싶은 곳에서 살게 하자” 싶어서 잊고 살았다.

 

조선 대파가 꽃을 피우고 있다. 씨 할 것만 남겨두고 다 뽑아서 자루에 넣어 근처에 사시는 시누님께 나눠드렸다. 파 꽃은 그대로 잘라서 집으로 가져왔다. 요리할 때 장식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몇 송이는 잘라서 커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식탁에 놓으니 시골 텃밭 감성이 느껴진다. 어떤 반응이나 그다지 말이 없는 아들에게 ‘미래의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늦은 시간이건만 반갑게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서 반겨주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자주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헝가리 꿀을 친구가 선물로 준다. 채송화 같은 친구다.

 

시골에서 채소를 길러서 이웃과 나눠 먹는 기분이 참으로 행복하다. 아직은 서툰 농부가 키운 못난이 수확물이라 남부끄러워 쉽게 나누지를 못한다. 올해는 조금 나은 농작물을 수확해서 이웃과 나누는 기쁨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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