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책 읽기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고 있다. 서재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니, 하늘이 앞 동과 옆 동 사이에 걸려있다. 그 사이로 뭉게구름이 지나가고 간다. 희미하게 보이는 팔공산만 한 구름이 건물 사이에 걸려있다. 반갑고 신기해서 아이처럼 웃는다.
그 사이 구름은 사라지고 새로운 구름이 등장한다. 눈 깜짝할 사이는 아니지만, 잠시 딴짓하다 보면 구름은 흘러가 버린다. 세월이 저렇게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창문 아래 책꽂이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번씩은 내 손을 스치고 지나간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오늘은 어떤 친구를 만날까? 이리저리 눈길을 주다 보면 쉽게 결정을 못한다. 이런 마음일까? 이 친구도 좋고 저 친구도 좋아서 그냥 다 좋은 마음.
딱 집어내지 못해서 어정거리다가 어렵게 한 권을 뽑아 든다. 논어를 고르면 윤동주 시집이 들어온다. 그 옆에 채근담이 아는 척 하면 카네기 이론이 나를 쳐다본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게 아니고 어제오늘 책을 읽지 못한 불안한 마음이 커서 한 줄이라도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책꽂이 앞에서 서성거리는 것이다. 그래도 책을 펼쳐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놓은 구절을 소리 내 읽어본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가다듬어지고 천천히 책장이 넘어간다. 그렇게 점점 책속으로 빠져든다. 책을 읽는 일에도 예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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