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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고 머문 시간

작성자김정아|작성시간26.06.18|조회수13 목록 댓글 0

 

2026년 5월 28일

혼자 걷고 머문 시간

 

 

사진 속에 담겨있는 시간이 아련하게 전해온다. 내 심장이 마구 뛰었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산책은 나에게 소진해 버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컴퓨터 앞에서 자판기로 글자를 심는 시간만큼 밖으로 나가서 하늘과 바람과 새소리를 듣는다. 운이 좋은 날에는 생각지도 않은 풍경을 만나 눈을 맞추고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같은 풍경은 없었다. 농수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해마다 피고 지는 들꽃을 만난다. 땅속에는 씨앗 은행이 있는 것 아닐까?

 

사진으로 남겨놓거나 글로 적어서 남기는 작업이 나에게는 살아가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다행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시를 쓰거나 일상을 글로 풀어내면서 행복하게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혼자 걷고 머문 시간이 나에게 시로 온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들꽃 하나에도 돌멩이 하나에도 잔잔한 숨결을 느낀다.

 

시어머님이 사용하시던 허리가 굵은 항아리를 시골집에 갈 때마다 물수건으로 닦는다. 시어머니 손때가 묻은 항아리가 안쓰러워서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이 없는 빈 항아리지만, 뒤란 한쪽에 모아놓았다. 작은 항아리에 쑥갓꽃도 꽂아주고 열무꽃도 항아리 꽃병에 담는다. 소금이 화석처럼 굳어버린 항아리는 밑바닥에 구멍이 났다. 콩쥐팥쥐 이야기가 숨어 사는 배 불룩 항아리다. 텃밭 홍매화 나무 곁으로 옮겨놓았다. 벽돌색 고무 대야를 덮어놓았다. 홍매화가 만개하는 봄에는 항아리와 텃밭이 어우러져서 최고의 봄날 풍경을 보여준다. 툇마루에 앉아서 “이곳이 무릉도원이구나.” 한 소절 부르면서 딴 세상을 사는 기분에 젖어 든다.

 

장독대는 내가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이다. 구순을 훌쩍 넘긴 어르신이 16살에 시집와서 80년을 드나들던 곳이다. 행주치마에 눈물 훔쳐 가면서 고추장보다 더 매운 시집살이를 견뎌내던 어머니 손길이 덕지덕지 묻은 항아리를 애잔한 마음으로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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