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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

작성자김정아|작성시간26.06.18|조회수30 목록 댓글 0

 

 

 

2026년 6월 1일

고무장갑

 

 

베란다 화단에 심어놓은 엔젤 윙 베고니아 줄기가 축 늘어져 있다. 루브라 참나무도 가녀린 가지를 어찌할 바 모르고 휘어져 있다. 지지대를 세워서 힘을 덜어주고 싶었다, 억지로 철사로 형태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고 조금 힘을 덜어주고 싶었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달라진 것은 어떤 것이든 허투루 보지 않게 되었다.

 

헌 옷도 그냥 버리지 않고 시골집에 갖다 놓는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문만 열면 흙이라서 대책이 없다. 처음에는 청소기를 들고 살았다. 창틀도 물걸레로 수시로 닦았지만, 금세 더러워졌다. 지나가던 이웃집 어르신이 마룻바닥을 걸레로 닦고 있는 나를 보면서 “우리 며느리도 어쩌다 내려오면 새댁처럼 걸레를 들고 살아요. 하지만 살다 보면, 적응이 돼서 그냥저냥 살게 되지요“ 하면서 ”지금은 돌아서면 먼지가 보이고 신발만 신으면 흙이니까 힘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혜가 생기고 맞춰서 살게 돼요.”

 

잠시만 신어도 양말 바닥이 시꺼멓게 변한다. 주로 장화를 신고 지내는데, 저녁에 샤워할 때면 양말이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있다. 장화 속으로 흙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골집에서 신는 양말이 따로 있다. 마트에서 여러 켤레를 묶어서 싸게 파는 것을 사 온다. 일복으로 입는 옷도 쿠팡에서 세탁이 쉽고 땀 흡수력도 좋은 옷으로 여러 벌 샀다. 수건도 일할 때 사용하는 것은 따로 걸어놓고 쓴다. 하루 일을 마치고는 일 할 때 사용한 옷이나 양말 수건은 바로 세탁기로 돌린다. 옥상 빨랫줄에 널어놓으면 뽀송뽀송하게 마른다.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세탁물에서 고소한 햇살 냄새가 난다.

 

요즘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허름하게 입고 일하지 않는다. 시원한 면 셔츠나 등산복이나 블라우스를 입고 일을 한다.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가리고 팔에는 예쁜 토시도 한다. 전동차나 스쿠터를 타고 밭으로 일하러 나간다. 경운기는 보기가 드물다. 트랙터가 있고 자동차도 있다.

 

우리도 시골집에 가면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밭에 나갈 때는 자동차를 타고 나간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도 사 오고 간식도 준비해서 밭으로 나간다. 이제는 얼굴을 가리는 예쁜 밀짚모자도 쓰고 마스크로 햇볕도 가린다. 쿠팡에서 값이 저렴한 티셔츠를 몇 개 사서 시골에 가면 입고 지낸다. 몇 년 시골살이를 하다 보니 어르신 말씀처럼 요령도 생기고 재미도 붙이고 배우는 것도 많아진다.

 

유튜브에서 생활의 지혜로 구멍이 난 고무장갑을 가위로 잘라서 밴드로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고무장갑이 없으면 물에서 하는 일을 하지 않는 나는 고무장갑이 쉽게 구멍이 난다. 예전만큼 질긴 것이 덜한지, 아니면 물일을 많이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꼭 왼쪽 장갑이 구멍이 난다. 신기하게 오른손 장갑은 멀쩡하고 왼손이 닳아서 물이 샌다. 멀쩡한 것만 모아 놓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다시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요즘은 마트에서 한쪽만도 파는 것을 보니 사는 일은 다 비슷한가 보다.

낡아서 못 쓰는 고무장갑을 잘라서 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무장갑도 색깔별로 나와서 여러 가지 색깔을 고무줄로 만들었다. 작은 밴드에서부터 큰 밴드까지 여러 개를 만들었다. 실온에 두면 고무라서 끈적거릴 것 같아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루브르 참나무와 천사 베고니아를 노란 고무장갑 밴드로 처진 나뭇가지를 지지대에 묶어 주었다. 마치 노란 개나리꽃이 핀 것처럼 예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힘들지 않게 편안하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가위로 고무장갑을 자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신통했다. 나는 단순하게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시골집에서 잡초를 뽑을 때 쓰고 있었다. 고무 밴드로 재탄생시키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제 또 왼손 고무장갑에 물이 들어왔다. 역시나 왼손이다. 왼손에 가시가 박혔나! 모아둔 오른손 장갑은 뒤집어서 사용하는데 바닥이 미끄러워서 일할 때 불편했다, 이렇게 알뜰한 주부였단 말인가! 내가 봐도 웃음이 나온다. 베란다에서 허드렛일할 때나 걸레나 바닥을 청소할 때는 뒤집은 고무장갑에 온전한 고무장갑의 이상한 조합의 고무장갑을 끼고 일을 한다. 이것도 머지않아 고무 밴드가 될 것이다. 연한 초록의 고무장갑이니 얼마나 예쁠지 상상만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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