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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나무

작성자김정아|작성시간26.06.21|조회수23 목록 댓글 0

 

 

2026년 6월 20일

2026년 단오제에서- 당산나무

 

 

 

지난밤 세차게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가뭄이 심해서 텃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이 타들어 간다고 걱정했다. 밤새 내리는 비가 반가웠다. 한편에서는 내일 단오제 행사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모처럼 준비한 단오제 행사가 비로 인해서 어려워지면 어쩌나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그쳤다.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서 습도가 놓았다. 계정 숲에서 단오 행사도 진행하고 회의도 했다. 모처럼 회원들과 얼굴을 마주하니 반가웠다. 오랜만에 뵈는 원로 선생님들이 편안해 보여서 마음이 좋았다. 문득 은사님이 생각났다. 비슷한 연배신데 살아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 생각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근처 국숫집에서 콩국수를 먹으면서 회의했다. 국숫집 사장님이 오랜만에 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은사님이 여름이면 포항에서부터 일부러 드시러 온 국숫집이다. 선생님이 안 계시니까 국숫집을 찾는 일이 줄었다. 여름이면 우리 선생님 콩국수 좋아하시는데 왜 안 오세요?

 

올해는 디카시 촬영대회와 학생 공모전을 한다. 요즘 관심이 많은 다카시는 많은 사람들이 응모했다. 우리 회원들도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다.

 

단오제 행사로 주변은 시끌벅적하다. 꽹과리 소리에 장구 소리에 부채춤도 오랜만에 보았다. 그늘을 찾아서 공연하는 것을 보았다. 날씨가 더워서 구경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렇지만 무더위에 공연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더위는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치면서 공연을 즐겼다.

 

단오제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어떤 행사가 있는지 찬찬히 돌아보았다. 올해는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었다. 부채를 얻으려고 기웃거리다가 반가운 선생님을 만나서 안부를 전한 것 외에는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못내 서운해서 계정 숲 산길을 홀로 걸었다.

 

은사님과 함께 산책했던 숲길, 그네를 밀어주던 선배님, 함께 웃고 떠들면서 단오제를 즐기던 선생님들이 생각났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실까? 한참을 걷다가 당산나무 앞에서 걸음이 멈추었다. 착한 사람들이 소원을 매달고 걱정을 바람에 달아 보내는 당산나무다.

 

꽹과리 소리에 사람들 웃음소리로 시끄러운 계정 숲이다. 단오제 행사로 시끌벅적한 숲에서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바람이 지나가고 사람은 떠나가도 나무는 기억한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 곁에 서면 우리는 잠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떠나가도 조용히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음 계절, 다음 해. 다음 단오제까지.

 

문득, 이곳이 가장 큰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인 단오제 행사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허전한 마음에 숲길을 걷는 데 내 마음을 붙잡았다. 모두가 떠나도 당산나무는 제 자리를 지킬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카메라에 담았다. 디카시 촬영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었다. 물론 회원이라 그냥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둔다. 그리운 사람이 많아서다.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다. 당산나무가 “하루 열심히 살았구나, 잘 견뎌왔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단오제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계정 숲에서 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당산나무가 생각날 것이다. 그리운 선생님처럼, 콩국수를 먹는데 자꾸만 선생님 생각에 콩 국물이 점점 짜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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