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린다는 것
나용준
― 삶의 모든 걱정과 불안 속에서도 평온을 잃지 않는 법
사람은 누구나 고민하며 살아간다.
젊을 때는 공부와 진로를 걱정하고, 결혼하면 가정을 걱정하며, 나이가 들면 건강과 노후를 걱정한다. 돈이 없으면 돈 때문에 괴롭고, 돈이 있어도 돈을 잃을까 봐 불안하다. 자식이 없으면 외롭고, 자식이 있으면 자식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마치 인생은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긴 터널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은 묻는다.
"왜 내 삶은 이렇게 힘들까요?"
그러나 조금만 더 넓게 바라보면 세상에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재벌도 걱정이 있고, 대통령도 걱정이 있으며, 유명 연예인도 걱정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미래를 걱정하고, 병든 사람은 건강을 걱정한다.
결국 인간은 문제 없는 삶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똑같은 문제를 만나도 왜 어떤 사람은 무너지지 않고, 어떤 사람은 깊은 절망에 빠질까?
그 차이는 문제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에 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이다.
같은 비가 내린다.
농부는 풍년을 기대하며 기뻐하고, 여행객은 짜증을 낸다.
비는 똑같은데 마음이 다르니 현실도 달라진다.
같은 암 진단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하며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아직 할 수 있는 치료가 많다"고 생각하며 희망을 찾는다.
상황은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사건 자체보다 사건에 대한 해석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났다.
어떤 사람은
"나는 무능한 인간이야."
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우울해진다.
반면 어떤 사람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려준 것이구나."
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면 성장의 계기가 된다.
사건은 하나인데 해석은 둘이다.
고통은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해석에서 증폭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온갖 무서운 병명을 보게 된다.
아직 확진도 안 됐는데 이미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밤잠을 설친다.
식욕도 떨어진다.
불안에 시달린다.
그런데 며칠 후 정밀검사 결과 별문제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는다.
생각해 보면 실제 병보다 걱정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은 것이다.
많은 경우 인간은 현실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상상 때문에 괴롭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파국화 사고"라고 부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최악으로 상상하는 습관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면 과거에 걱정했던 일들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것은 얼마나 될까?
10가지 걱정 중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첫 번째 방법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일어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현재의 사실에 집중하면 불안은 줄어든다.
*두 번째는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다가 괴로워한다.
과거를 후회한다.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는다.
그러나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남의 마음도 바꿀 수 없다.
내일 일어날 일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뿐이다.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산을 준비할 수는 있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운동은 할 수 있다.
병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치료에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마음은 놀랍도록 편안해진다.
*세 번째는 삶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인생은 하루나 일 년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금의 실패가 끝이 아닐 수 있다.
지금의 고통이 오히려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다.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었던 일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경우가 많다.
실직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하고, 실패가 더 큰 성공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겨울이 영원할 것 같지만 결국 봄은 온다.
문제는 겨울 속에 있을 때는 그것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현재의 고통만 보지 않고 그 너머를 본다.
*네 번째는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다.
감사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건강을 잃은 사람은 건강의 가치를 알게 된다.
가족을 잃은 사람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는다.
우리는 가진 것보다 없는 것에 더 집중하며 산다.
그래서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시선을 바꾸어 보면 이미 가진 것도 참 많다.
오늘 숨 쉬고 있다는 것.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햇살을 볼 수 있다는 것.
이 평범한 것들이 사실은 기적이다.
감사는 문제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문제를 견딜 힘을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해지려면 슬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불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불안한 존재다.
슬픔도 자연스럽다.
두려움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과 싸우는 것이다.
슬픔이 오면 슬퍼해도 된다.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된다.
다만 거기에 머물지만 않으면 된다.
하늘에 먹구름이 지나가듯 감정도 지나간다.
영원한 감정은 없다.
영원한 고통도 없다.
폭풍우가 아무리 거세도 결국 하늘은 다시 맑아진다.
삶의 지혜는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파도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걱정과 불안, 절망과 좌절은 어쩌면 사라져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는 스승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늘 흔들린다.
경제도 흔들리고, 건강도 흔들리고, 인간관계도 흔들린다.
그러나 마음의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풍랑도 견뎌낼 수 있다.
결국 행복한 사람은 문제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 속에서도 평온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평온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자신의 마음 안에서 시작된다.
인생의 많은 문제는 해결되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지는 순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마음공부의 본질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밝히고 넓혀 가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