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뱅크 원고
눈꽃 외 4편
김석철
진통으로 지새운 밤
가뭇없이 물러가고
적막 속에 꽃이 곱다
환히 뜬 영혼의 눈
순벡에
속진(俗塵) 끼일라
꿈결이듯 부신 아침.
<연시조>
조약돌
거친 풍상 한평생을 인고로 똘똘 뭉쳐
아픔이 연이어도 사랑으로 다스리고
여울물 맑은 얼굴로 가락 실어 사는가
영겁을 깨어 있어 시름 삭혀 꿈도 빚고
씻고 닦는 맑은 삶에 한 잎 이끼 돋아날까
한 우주 천심을 띄워 노래하며 살련다.
들꽃
버려둔 박토에도 자생하는 질긴 근성
환생의 미소 마냥 돌 틈에 내민 얼굴
이거야 천지신명의 비밀스런 조화로세.
모진 가뭄 폭우에도 맨몸으로 다스린 삶
눈물 같은 이슬 먹고 바람으로 춤을 춘다
그렇지, 삶은 그토록 아름다운 꽃일레.
질경이
무시로 매운 시련
그 많이 밀려와도
높은 하늘 푸른 의지
그 순수를 눈에 담아
한 생애
앙가슴 열고
미련 없이 살아요.
외진 길 지켜 앉아
밟히고 꺾이어도
참으며 이겨내며
흙의 참뜻 되새기며
뿌리만
부지하여도
후회 없이 살아요.
순명(順命)
도도한 흐름 속에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부대끼며 추스르며 잠 못 들고 일렁인다
하 많은 부침(浮沈)의 세월 되돌릴 수 없는 강물.
버리고 또 버려도 욕심처럼 이는 거품
흐르고 또 흘러서 어디로 가는 건가
뜨겁게 지나온 날이 강심(江心)으로 뛰어든다.
노을도 여울여울 곱게 물든 강물 위로
산천이 깨어나서 가을의 시를 쓴다
저 보게 순명의 화두(話頭) 강물 되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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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詩文學』에 시 추천, 1980 『月刊文學』에 시조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저서 : 시, 시조집 5권, 수상 : 월하시조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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