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딸아,/원평 서인석🎯
아들아, 딸아
내가 훗날 늙어
걸음이 자꾸 느려지거든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내 걸음에 맞추어
함께 걸어주겠니.
예전에는
너희의 작은 손을 잡고
넘어질까 봐
한 걸음 한 걸음
세상 길을 가르치며
천천히 걸었던
내가 아니었더냐.
아들아, 딸아
내가 늙어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거든
귀찮다 말하지 말고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조용히 들어주겠니.
너희가 어릴 적
글자를 몰라 헤맬 때
내가 곁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손을 잡고 읽어 주었듯이
이제는 너희가
내 삶의 글자를
천천히 읽어주면 좋겠구나.
아들아, 딸아
내가 늙어
기억이 자꾸 흐려지거든
잊어버린 이름 하나쯤
대신 불러주겠니.
세월이 내 어깨에 내려앉아
지난 날들이
바람처럼 흩어질 때
너희 목소리 하나가
내 마음의 등불이 될 것이다.
언젠가 내가 늙어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되거든
더럽다 하지 말고
조용히 치워주겠니.
너희가 어릴 적
내가 아무 말 없이
똥오줌을 치우며
밤새 너희 곁을 지켰던 것처럼
너희도 그 마음으로
나를 잠시만
보살펴 주면 좋겠구나.
아들아, 딸아
언젠가 내가
세상의 길 끝에서
잠시 쉬어가게 되거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내 손을 한번 잡아다오.
그리고 말해다오.
“아버지(어머니)
그동안 저희를 길러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 한마디면
나는 다시 따뜻한 길 위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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