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니또 게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제 한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주위에서 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마니또라 불리는 어떤 사람이 수호 천사처럼 주위에서 나를 몰래 지켜 보고 있고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주고 챙겨주고 하는 그런 게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마니또' 란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남달리 호기심이 많은 제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느낄 때가 바로 이럴 때 입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책에서 찾아 볼 수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궁금증은 휴식 시간에 해결합니다. ^^
먼저 인터넷을 찾아 보니 '마니또'는 이탈리아어인데 '비밀 친구'라는 의미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심지어 네이버의 열린 국어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더군요. 하지만 제가 찾아 본 이탈리아어 사전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말이 '마니또'는 고대 신화(그리이스 신화라고도 하지만 어느 나라의 신화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속에서 시간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인데 이 신은 인간을 매우 사랑했다고 하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에 곁들여서 "마니또의 전설" 이라는 아주 눈물겨운 이야기까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확한 근거를 찾기는 힘이 들었습니다. 몇 몇 이름 있는 신화 사전들을 찾아 보았지만 당연히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미 인디언들의 신화에서 Manitou, Manitu, Manitus 혹은 Manito 라 쓰이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강력한 (때로는 부정적인) 능력을 가진 초자연적인 힘이나 그 힘이 실제에 나타나는 것, 혹은 영혼이나 신을 의미한다고 하는군요. 실제 이탈리아어 사전에도 Manitu 란 단어가 있고 위와 같은 같은 의미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78년에는 Manitou 라는 공포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군요. 그렇다면 점점 더 궁금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 말이 오늘날과 같이 사용되게 되었는지?
그래서 이 단어와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아 보았습니다.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에는 손(hand)을 의미하는 "La Mano"란 단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에서는 명사의 뒤에 특정한 어미를 붙여 '작다'는 의미를 추가할 수 있지요. 예를들어 이탈리아어에서 '작은 손'을 의미하는 단어는 Manina 이고 스페인어에서는 Manita(혹은 Manito)가 되지요. 이 언어들 특유의 남성형, 여성형 명사에 대한 좀 복잡한 설명이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종종 마니따와 함께 사용되는 '작은 손' 이라는 의미의 마니또가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마니또의 어원일까요?
그런데 Collins Spanish Dictionary 와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Real Academia Espanola)에서 제공하는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를 찾아 보니 또 다른 Manito 에 대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이 말은 특히 멕시코에서 사용되는데 친구 간에서 표시되는 친밀감이나 매우 가까운 친구(영어의 pal 이나 buddy)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마니또에 가장 가까운 의미는 바로 이 멕시코에서 사용되는 마니또란 단어 같아 보입니다.(물론 제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그리고 작은 손이라는 의미까지 곁들여서 "(보이지 않는) 작은 손으로 (나를 도와주는) 가까운 친구"라고 한다면 너무 확대해석하는 걸까요?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원래의 의미를 모르고 그냥 사용하는 단어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언어라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것이니 실생활에서는 단어의 어원을 모르고도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원을 알고 나면 우리의 언어 생활이 훨씬 더 풍부해지겠지요.
마니또란 단어의 경우, 그 어원이 무언이던 간에 참 아름다운 말인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숨어서 지켜주고 챙겨준다는 것은 참 마음 든든한 일인것 같습니다. 물론 남이 나를 몰래 지켜본다는 것이 좀 신경쓰일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그런데 나의 마니또가 어디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지 마시고 스스로 누군가의 마니또가 되어 보시면 어떨까요? 훨씬 더 마음이 따뜻해지실 겁니다. 한 번 주위를 둘러 보세요. 그리고 혹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힘을 낼 수있도록 그 사람 몰래 한 잔의 커피와 격려하는 짧은 메모라도 한 장, 그 사람의 책상 위에 올려놔 두면 어떨까요.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겠지요.
참. 예전에 인터넷 어디에선가 보니 마니또는 똘마니라는 한글 단어의 순서를 바꾸어 사용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추측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똘마니-마니똘-마니또 그럴싸 하지 않습니까?
* 이 글을 위한 참고한 자료들과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Garzanti Linguistica, GRANDE Dizionario Italiano
- Real Academia Espan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 Collins Spanish Dictionary = Collins Diccionario Ingles. 7th ed, Barcelona: Grijalbo, 2003.
- The Encyclopedia of Religion. New York, N.Y: Macmillan Publishing Company, 1987.
- Jordan, Michael. Dictionary of Gods and Goddesses. 2nd ed, New York: Facts on File, 2004.
- Oxford University Press.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 2nd ed, Oxford: Clarendon Press,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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