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제주語 한마디

쫄리다

작성자농장지기|작성시간11.05.20|조회수566 목록 댓글 0
쫄리다

  이 ‘쫄리다’는 ‘어떤 일이나 사람에 시달리거나 부대끼어 괴롭게 지내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쪼들리다’에 해당한다.

①빗에 쫄련 보아지믄 돈 돈 돈 다.(빚에 쪼들리어 보이면 돈 돈 돈 한다.

②사름에 쫄리믄 거 오장 뒈싸지는 거.(사에 쪼들리면 거 오장 뒤집히는 것.)

③쫄련 산다고 오장가난은 말아사주.(쪼들리며 산다고 오장가난은 말아야지.)


예문 ①은 ‘빚에 쪼들리어 보이면 돈 돈 돈 한다.’는 말로, 보이면 그때마다 ‘돈 돈 돈’ 하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는 뜻이다. 빚쟁이에게 시달리다 보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만 만나도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하기 십상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그 금액이 그리 많지 않아야 한다. 큰돈을 준비하고 있어서 선뜻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 주의할 것은 무의식중에는 ‘ㅈ’받침 ‘빚’[債]을 ‘ㅅ’받침 [빗]으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빚이 다랑다랑헷저.”라 하지 않고 “빗이 다랑다랑헷저.”라 한다.

 

예문 ②는 ‘사람에 쪼들리게 되면 오장 뒤집힌다는 것’으로, 사람에 치이면 천불이 난다는 것이다. 천불이란 하늘이 내린 불이란 뜻으로, 몹시 마음이 거슬리어 속이 상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간장ㆍ심장ㆍ비장ㆍ폐장ㆍ신장, 이 다섯 가지가 오장이니 모든 장기가 뒤집혔으니 말이 아니다. 얼마나 쪼들리었으면 하는 동정심이 절로 생길 지경이다.

한편 예문 ③은 무엇에 ‘쪼들리며 산다고 해서 오장까지 가난해서야 되겠느냐.’ 하는 말이다. 여기서 ‘오장가난’이란 ‘마음 씀씀이나 생각이 잘고 부족하여 답답하게 처리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비록 쪼들리면 산다고 하지만 마음까지 가난해서야 될 말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쫄리다’는 표준어 ‘지다’(내기나 시합, 싸움 따위에서 재주나 힘을 겨루어 상대에게 꺾이다.)에 해당하는 제주어로 쓰이기도 한다.

④벵에 쫄리믄 아니 뒈는디. 재기 일어나사 헐 건디.(병에 쪼들리면 아니 되는데. 재우 일어나야 할 것인데.

⑤보난 심이영 기술에 쫄련 안 뒈크라라.(보니까 힘이랑 기술에 지어서 안 되겠더라.)


예문 ④는 ‘병에 쪼들리면 아니 되는데, 재우 일어나야 할 것인데.’ 하는 뜻으로, ‘쫄리다’를 표준어 ‘쪼들리다’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병에 쪼들리다’는 곧 ‘병에 지다’는 말과도 같다. 반면 예문 ⑤는 ‘보니까 힘이랑 기술이랑에 져서 안 되겠다.’는 말이다. 여기서 ‘쫄리다’는 곧 표준어 ‘지다’에 해당하는 제주어가 된다.

 

무엇에 ‘쫄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마음만이라도 풍성하면 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