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쫄리다’는 ‘어떤 일이나 사람에 시달리거나 부대끼어 괴롭게 지내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쪼들리다’에 해당한다.
①빗에 쫄련 보아지믄 돈 돈 돈 다.(빚에 쪼들리어 보이면 돈 돈 돈 한다.
②사름에 쫄리믄 거 오장 뒈싸지는 거.(사람에 쪼들리면 거 오장 뒤집히는 것.)
③쫄련 산다고 오장가난은 말아사주.(쪼들리며 산다고 오장가난은 말아야지.)
예문 ①은 ‘빚에 쪼들리어 보이면 돈 돈 돈 한다.’는 말로, 보이면 그때마다 ‘돈 돈 돈’ 하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는 뜻이다. 빚쟁이에게 시달리다 보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만 만나도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하기 십상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그 금액이 그리 많지 않아야 한다. 큰돈을 준비하고 있어서 선뜻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 주의할 것은 무의식중에는 ‘ㅈ’받침 ‘빚’[債]을 ‘ㅅ’받침 [빗]으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빚이 다랑다랑헷저.”라 하지 않고 “빗이 다랑다랑헷저.”라 한다.
예문 ②는 ‘사람에 쪼들리게 되면 오장 뒤집힌다는 것’으로, 사람에 치이면 천불이 난다는 것이다. 천불이란 하늘이 내린 불이란 뜻으로, 몹시 마음이 거슬리어 속이 상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간장ㆍ심장ㆍ비장ㆍ폐장ㆍ신장, 이 다섯 가지가 오장이니 모든 장기가 뒤집혔으니 말이 아니다. 얼마나 쪼들리었으면 하는 동정심이 절로 생길 지경이다.
한편 예문 ③은 무엇에 ‘쪼들리며 산다고 해서 오장까지 가난해서야 되겠느냐.’ 하는 말이다. 여기서 ‘오장가난’이란 ‘마음 씀씀이나 생각이 잘고 부족하여 답답하게 처리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비록 쪼들리면 산다고 하지만 마음까지 가난해서야 될 말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쫄리다’는 표준어 ‘지다’(내기나 시합, 싸움 따위에서 재주나 힘을 겨루어 상대에게 꺾이다.)에 해당하는 제주어로 쓰이기도 한다.
④벵에 쫄리믄 아니 뒈는디. 재기 일어나사 헐 건디.(병에 쪼들리면 아니 되는데. 재우 일어나야 할 것인데.
⑤보난 심이영 기술에 쫄련 안 뒈크라라.(보니까 힘이랑 기술에 지어서 안 되겠더라.)
예문 ④는 ‘병에 쪼들리면 아니 되는데, 재우 일어나야 할 것인데.’ 하는 뜻으로, ‘쫄리다’를 표준어 ‘쪼들리다’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병에 쪼들리다’는 곧 ‘병에 지다’는 말과도 같다. 반면 예문 ⑤는 ‘보니까 힘이랑 기술이랑에 져서 안 되겠다.’는 말이다. 여기서 ‘쫄리다’는 곧 표준어 ‘지다’에 해당하는 제주어가 된다.
무엇에 ‘쫄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마음만이라도 풍성하면 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