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당연할까요?
몇 년 전, 우리나라는 코로나로 점철되었다. 바이러스가 세계를 뒤덮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우리나라 역시 피해 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금방 사라질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전염병이 일상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코로나에 관한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여기저기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답답해하다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위험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무감해진다는 게 사실인지 예전에 언급했다면 기함했을 코로나에 관한 각종 사건을 우리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안전 안내 문자가 와도 자연스럽게 무시해버리고, 확진자가 하도 나와서 이제 놀랍지도 않아요, 하는 말을 태연자약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악순환 속에서, 사람들이 해이해짐에 따라 나름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제주도에서까지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더 이상 안전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몇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지금, 나는 학교를 3주째 가지 못했다. 개학은 분명 8월 17일이었는데 등교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광경을 과거에서 본다면 신기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온라인 수업은 여러모로 안 좋은 점이 많다. 모니터를 앞에 두고 수업을 듣다 보면, 눈은 뻑뻑해지고 몸은 이곳저곳이 쑤셔온다. 말 그대로 온라인이니만큼 집에만 박혀있으니 안 그래도 없는 활동량이 거의 0에 수렴해가고, 무기력해진다. 이제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을 넘어서서 무기력해지고 화가 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딱 나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기사였다.
나는 내가 집에만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막상 집에 갇혀있으니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나마 나갈 기회를 주는 학원마저 휴원을 하니 쬐는 빛이라고는 형광등에서 나오는 인위적인 빛과, 창문을 통해 간간이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 밖에 없었다. 주말이면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했던 기억은 멀리 사라진지 오래였다. 친구들과 찰싹 붙어있고, 인원 제한이 없는 도서관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급식실에서 재잘재잘 떠들던 일상은 파괴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무산된 행사가 잔뜩이다. 나는 이런 현재를 살아가면서, 내가 제주도에서 누렸던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학원을 오고 갈 때 보았던 하늘이, 이따금 놀러 가던 바다가 얼마나 소중했던가. 갈 때는 마냥 귀찮았던 학교가 얼마나 귀중했던가. 당연한 줄 알았던 일상이 어찌나 빛나는 것이었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은, 생각해보면 모두 평소에는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다. 우리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평온한 일상은 중요한 것이었다. 이처럼 나는 코로나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배웠다.
언젠가 코로나가 종말을 맞이한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신나게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안온한 세상에서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바이러스가 없어지건 말건 시큰둥하고 우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는 일상의 찬란함을 잊지 않는 사람에 속할 것이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어, 내게 주어진 시간과 자유와 공간을 마음껏 사랑할 것이다. 나는 제주도의 코로나에서 뜻 깊은 가치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