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연 작가의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를 읽고
제목: 그 말은 어땠나요?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는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질문으로 되어 있는 제목이 흔치 않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내용이 궁금해진 책이다. 제목을 보고 예상한 대로 이 책에는 우리가 평소 지각 없이 사용하는 말들에 대한 비판과 고찰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챕터에 담긴 여러 차별의 언어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만화로 시작해 설명해준다. 차별의 언어를 동그라미로 표시하여 그 안에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유추하는 재미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기에 그저 함께 말했던 단어들에 차별과 편견이 담겨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놀라곤 했다. 나는 내가 남들과는 달리 하나의 말을 내뱉을 때도 깊이 고민한다고 생각했다. 또래 아이들처럼 욕설을 쓰지도 않으며, 남을 비하하는 저열한 용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굳게 믿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이런 확신은 무참히 산산조각 나 있었다. 찬찬히 소개 되는 용어 하나하나가 내가 써봤던 말들이라 경악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에서 비롯된 벙어리장갑, 결정장애, 절름발이와 가족 구성원의 유무에 대한 차별이 담겨 있는 결손 가정처럼 나는 누군가를 해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쓰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릇된 생각에 찬동하고 있었다. 특히나 ‘결정장애’라는 말은 불과 어제까지도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썼던 말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무의식적으로 차별의 언어를 자꾸만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평소 어떤 말들을 써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일상 속 차별의 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선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말들의 폐해를 알려주는 것이다. 잘못된 용어들을 악의적인 의도로 사용하는 아이들보다 나처럼 몰라서 쉽사리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차별의 언어가 들려온다면 잘못됨을 차근차근 설명해 줄 것이다. 또한 인터넷에서도 편견이 가득 담긴 언어가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면, 이런 댓글 문화가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첫 번째 챕터에서 소개된 말들 중, 틀딱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틀딱’은 노인들을 비하하는 말인데, 나는 이 단어를 보고 이러한 단어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일반화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특정 집단의 모두가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집단의 한 구성원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이지,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틀딱과 같은 노인 비하 용어도 마찬가지다. 이는 본문에서도 짚고 넘어가는 것인데, 모든 노인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개념이 없다는 것은 지독한 일반화다. 모든 노인이 그런 건 아니다. 항상 교양 없는 사람들 몇몇이 존재할 뿐이다. 일반화는 사람들을 한 틀 안에 묶어 보게 한다. 음, 저 사람은 저 집단에 속했으니까 반드시 멍청하고 이기적일 거야, 하는 식이다. 한 명을 향한 혐오가 모두를 혐오하게 만든다면 슬플 것 같다. 나는 이런 용어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일반화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일반화와 혐오 표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혐오는 차별을 낳았고, 차별은 배척을 낳았다. 나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증오로 얼룩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이런 문장이 있다. 혹자는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면 머리 아파서 어떻게 사냐고 말한다고. 하지만 조금만 예민해지고, 조금만 머리 아프게 사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무심코 말했던 차별의 용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보다는 조금 머리 아프게 살고, 조금 복잡하게 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에게 준 상처는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 내가 노인이 된다면 결국 내가 그렇게 썼던 틀딱이라는 말 안에 나라는 사람이 포함될 것이다. 말 하나하나에 예민해지다보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 나는 믿는다.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일상 속 숨어 있는 말들의 저의를 몰랐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왜요, 이 말이 어때서요? 라고 말하는 다른 이들에게 잘못됨을 알려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말이 어땠냐고, 물어봐 줄 수 있길 바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잘못됨을 인지하고 트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결국 모두가 모여 차별 없는 세상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낀 나 역시 그 모두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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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병심 작성시간 21.09.11 장선효 학생님
정말 좋은 책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당장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정도로 말입니다. 글도 조리있게 정리가 잘 되었어요. 자신의 행동에 빗대어 쓰는 자연스러움이 프로같아 좋네요. 작가와 책제목을 상단에 기재해주시면 좋겠어요. 수고하셨어요. -
작성자황중모 작성시간 21.09.11 개인적으로 틀딱이라는 말은 흔히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이유로 피해를 주는 특정집단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결정장애는 신조어고 이런 식으로 따지면 장애라는 것은 엄연히 어원으로 봤을 떄 엉망 어수선함 무질서 같은 걸 말하니까라거나 언어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말하냐에 따라 바뀐다거나 언어의 사회성으로서 벙어리 장갑은 장갑에 종류 중 하나로 바뀌었고 같은 그런 말들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책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