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봉지에 담긴 친구의 마음
오늘 죽마고우를 만났습니다.
아직도 송도 건설현장에서 토목 관련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친구입니다. 오늘이 지방선거일이라 시간이 난다며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해서 양재역에서 만나 점심으로 산낙지철판볶음을 먹고, 찻집에서 차 한잔 나누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꺼내고, 자녀들 이야기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헤어질 무렵이었습니다.
친구가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언제 샀는지 현미 뻥튀기 한 봉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직 현직에서 일하며 보수를 받는 친구는 점심값까지 기꺼이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산낙지철판볶음보다 그 뻥튀기 한 봉지였습니다.
값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친구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집에 가서 심심할 때 드셔." 하는 말 한마디 속에 오랜 세월 함께 걸어온 우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마음은 거창한 선물에 담겨 오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검은 비닐봉지 하나에, 때로는 뻥튀기 한 봉지에, 때로는 무심히 건네는 한마디에 담겨 옵니다.
살아갈수록 비싼 것이 귀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귀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큰 선물보다 작은 마음에 더 감동하게 됩니다.
값은 금세 잊혀도 "당신을 생각했다"는 마음은 오래 남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현미 뻥튀기 한 조각을 씹으며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의 우정을 함께 씹어 봅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어린 시절 함께 웃고 울던 친구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받은 것은 뻥튀기 한 봉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숙성된 우정 한 봉지였습니다.
오늘 밤은 어릴적 친구와 함께 고향 장터에서 "뻥이요."하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연기속으로 사라지는 꿈을 꿀 것 같습니다.